홍드로 홍수아를 보며 되새긴 ‘왕따의 추억’

민섭's 3M+α 2008. 11. 18. 12:1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3M흥업에서 홍드로의 시구 소식이나 보게 되다니..”

어느 네티즌이 기자의 포스트에 남겨 준 댓글이다. 그 포스트를 쓰는 과정에서 기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터라 그 분의 댓글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당연히 그 포스트를 읽은 대부분의 독자 분들께서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아 다시 펜을 들었다.


홍수아와의 인연은 얼마 전 기자가 출연 중인 케이블 방송 tvN의  <E news> 금요일 코너 ‘폐기처분’에서 홍수아의 학창 시절 관련 루머를 다루면서 부터였다. 많은 분들이 봤겠지만 홍수아는 ‘왕따의 추억’이라는 안티팬픽으로 분류되는 글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평범한 안티팩픽이라면 그냥 기분 나쁘고 끝날 일이겠지만 그 글은 달랐다. 마치 학창 시절 홍수아에게 괴롭힘을 당한 왕따 동창생이 수기 형식으로 쓴 것 같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기에는 글을 쓴 주인공으로 보이는 한 동창생과 홍수아가 함께 있는 사진까지 실려 있다. 여기에 영화 <잠복근무>에서 보여준 홍수아의 날라리 여고생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마치 그 글이 실제 홍수아의 고교 시절 에피소드로 보일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그 글은 안티팬픽이 아닌 악성루머가 돼 홍수아를 힘겹게 만들었다.


‘폐기처분’ 방송은 명쾌하게 홍수아 관련 루머를 말 그대로 폐기처분했다. 제작진이 홍수아 출신 고등학교를 찾아 선생님들의 얘기를 담아온 것은 물론이고 그의 동창생들까지 만나 인터뷰한 것. 그리고 문제의 ‘왕따의 기억’ 글의 사진 속 주인공까지 만났다. 그들은 하나 같이 홍수아 관련 루머가 사실무근이라 얘기했고 홍수아가 지금도 너무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들이 담긴 방송이 전파를 탔고 홍수아 관련 악성루머는 그렇게 폐기처분됐다.


한두 달 가량 시간이 흐른 뒤 기자는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홍수아를 만났다. 여기서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기자를 본 홍수아가 먼저 다가와 “<일요신문> 신민섭 기자님이시죠?”라고 물은 것. 반갑게 기자와 인사를 나눈 홍수아는 연신 고맙다는 얘기를 건네왔다. 심지어 방송에서 기자가 한 얘기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홍수아는 가족들과 함께 눈물까지 흘리며 수차례 그 방송을 봤다는 데, 얼마나 여러 번 반복해서 봤으면 기자가 방송에서 한 얘기를 다 기억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도대체 얼마나 지난 몇 년 사이 악성루머로 힘겨웠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이날 홍수아는 “그런데 기자님은 방송보다 실물이 훨씬 미남이세요”라는 극찬을 남겨줬다. 뭐 고마운 마음에 던진 ‘서비스 멘트’였음 정도는 기자도 잘 알고 있다.


사실 홍수아의 악성루머를 폐기처분하기 위해 정말로 노력한 이들은 ‘폐기처분’ 제작진이고 기자는 다른 세 명의 기자와 함께 인터뷰를 해줬을 뿐이다. 그런데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기자에게 모든 공이 돌아온 거 같아 제작진과 동료 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뒤 홍수아 매니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특종은 아니고 단독기사 정도는 되는 기사거리가 있다며 그가 들려준 내용이 바로 홍수아의 플레이오프 7차전 시구 결정 소식이었다. 이 내용은 야구가 시작되는 오후 6시 전에 기사화해야 했다. 그런데 <일요신문>은 그 다음 주 월요일에 나오기 때문에 신문에 실을 수 있는 기사는 아니다. 그래서 급히 3M흥업에 포스트를 쓰게 된 것이었다. 그만큼 3M흥업의 영향력을 믿었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기자는 진정한 연예계의 왕따는 기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연예부 기자에게는 취재원인 연예인, 그리고 매니저와의 친분이 절실하다. 연예부 기사의 꽃인 인터뷰를 섭외하기 수월하고 친분을 통해 다양한 기사거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홍수아의 시구 결정 기사 같은 방식, 다시 말해 연예인이나 매니저와의 친분에서 생산되는 연예부 기사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제 곧 연예부 기자 생활만 10년째가 되는 기자는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처음 기자가 될 당시만 해도 날카롭게 사회의 이면을 파고드는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연예부 발령을 받았는데 하필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한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는 연예계 사건사고가 엄청나게 많았다. 수습기자 시절부터 사건사고만 따라다니다 보니 이제 연예계 사건사고 기자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게다가 <일요신문>과 같은 시사주간신문의 경우 주 독자층이 30~50대 남성인데 그들이 원하는 연예뉴스는 단순한 연예계 이야기나 스타의 정황이 아닌 연예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예를 들어 시상식장에 스타들이 호화 드레스를 입고 올 때 기자는 그들이 입고 온 의상과 액세서리의 비용을 파악해 ‘여우주연상 아무개의 의상비는 얼마’와 같은 기사를 썼다. 또한 다른 매체에서 똑같은 드레스를 입은 연예인의 사진을 비교할 때 기자는 명품 브랜드 드레스를 둘러싼 톱스타들의 쟁탈전을 취재했다. 30~50대 남성 독자들이 혀를 차며 “요즘 연예인들 왜 이래~”라는 반응을 불러내는 데 역점을 뒀다. 홍보성 기사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매니저나 스타와 친분을 맺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방송국이나 영화계, 내지는 가요계 등의 출입처에서 스타나 매니저하고 접촉하며 친분을 쌓고 홍보성 기사도 써주며 가까워지는 게 정상인데 기자에겐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사실상의 출입처는 연예인의 사건사고 현장, 그들이 가장 기자를 멀리 하고 싶을 때에만 기자는 접촉의 기회가 허락됐다. 그러다보니 기자는 10여년의 세월 동안 연예계에서 서서히 왕따가 돼 왔던 모양이다.


수많은 악플, 아니 혼나 마땅한 기자에 대한 질책의 댓글이 쇄도한 고 최진실의 죽음 관련 포스트 역시 이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음에 칼날을 감추고 기사를 썼다는 표현에서 많은 분들이 격분했는데 사실 기자의 시각은 고인 뿐 아니라 연예계 전반을 향해 늘 비슷했다. 연예계를 미화하는 기사가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에서 기자만이라도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이 살아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아니 그게 선배들이 유지해온 <일요신문> 연예부의 정신이다. 늘 날카롭게 연예계 현실을 바라봤고 각종 사건사고의 정확한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법적 분쟁을 겪지 않았다. 날카로운 시각에는 그만큼 정확한 정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밖에 없는 만큼 허술한 기사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최진실의 죽음 앞에서까지 당당할 수가 없어 스스로 너무나 부끄러웠고 미안했기에 그런 포스트를 남긴 것이다.


이런 기자에게 홍수아와의 짧은 인연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경험이었다. 잠시 비판의 칼날을 내려놔도 좋겠다는 생각, 이렇게 연예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준 홍수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금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가슴에 품으려 한다. 왜냐고? 난 <일요신문> 연예부 신민섭 기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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