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하면 많은 분들이 클럽들을 떠올린다. 아슬아슬한 치마를 입고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는 녀들이 인기 많은 클럽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운좋게도 홍대앞의 진수를 안다. 홍대 앞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그래서 홍대앞 스피릿을 몸소 체현하는 주인장들을 안다. 그래서 나의 홍대앞 기행은 매번 단골집을 순회하는 코스로 점철된다. 그들을 보고 오면 삶은 다시 즐거움으로 충전된다.
두번째 이유, 주인장들이 직접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공수해온 나무 수저와 장식물들이 작은 가게를 앙증맞게 장식하고 있는데다, 이곳 단골들인 문화 게릴라들이 자신들의 행사를 알리는 벽지를 붙여 놓아 정보 수집에도 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0대 중반의 용감 무쌍, 재기발랄 여성 주인장들과는 개인적으로 매우 친한 사이(아내의 지인들)인데다, 그래서 이 가게의 이름을 내가 지어주었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노동하고, 남은 시간을 쪼개 자신들의 커뮤니티 안에서 열정적으로 노는 그들을 나는 언제나 존경한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뿐더러, 내 삶의 가식적인 부분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게 된다. 어쨌든 여기서 늦은 저녁을 챙기고, 주인장들이 일이 끝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왜? 그들과 놀아야 하므로.
오리엔탈 브런치의 열혈 주인장들
2만원 짜리 준마이 사케를 시켰다.
후덕하게 생기신 배불뚝이 주인 아저씨는, 이 집의 마스코트다. 아주 아주 귀여우신데다, 인심도 후하다.
취해도 음식 갖고 장난치지는 말자. 잘못하면 쫓겨난다.
특히나 밥 말리를 사랑하는 주인장 미진씨는, 실제 가수 출신이다. 노래를 썩 잘하는데, 요즘은 브라질 음악에 심취해 삼바 스쿨을 열기도 했고, 얼마전엔 서울여성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연도 했다. 아무튼 이 집에서 트는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도통 초면인 누군가가 옆에서 같은 음악에 취해 흐느적 대고 있는 것을 뒤늦게 눈치채기 일쑤다. 부비부비같은 리비도 과잉의 짝짓기 몸부림은 없다. 여긴 그냥 호모 루덴스적 인간들이 스스로 유희하는 인간임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공기만이 가득하다.
듣기론 미진씨에겐 '마티스'라는 애인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와 헤어졌는지 모르겠다. 그의 풀 네임은 류마티스!
자, 이렇게 세 단골집을 돌고 나면 어느덧 시계는 새벽 2시를 넘어서기 일쑤다. 취기가 돌면 치기가 생긴다. 아래 사진은 그 결과물로서의 나다. 주인 모를 스쿠터에 올라타 잔뜩 폼을 잡고 앉아, 나는 어디로 떠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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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짜 가보고 싶네요...
2007.07.14 01:36찾아서 갈 수 있을려나...헤~
따로 간판이나 표지판이 전혀 없어 찾기는 쉽지 않으실겝니다.^^산울림 소극장 건너편 옛 철로 위 다리에서 어슬렁대다 보면 레게 음악 소리가 들릴 겁니다. 음악의 진원지를 찾아 보시죠.
2007.07.15 22:21오리엔탈브런치!!! 아시는 분들이 하시는 곳이로군요^^ 저는 그냥 아는 가게입니당. 쌀국수 강추!
2007.07.14 13:04세상이 참 좁군요.^^
2007.07.15 22:23방금전에 홍대앞에서 돌아왔는데..^.^
2007.07.15 00:25저녁코스좀 참조하려고 퍼가겠습니당.
어잇쿠, 와우교 아래 꽃은 홍대가면 꽃 가는 곳이어요, 언제 레게리듬 아래서 조우할 수 있기를~
2007.07.15 19:38오리엔탈 브런치도 잘 참고하겠습니다!
벌써 조우했는지도.^^
2007.07.15 22:23오늘 오후에 여친 데리고 다녀왔는데..
2007.07.18 00:00요기 블로그 보고 왓다고 말하려다가 왠지 쑥쓰러워서 그냥 식사만..
쌀국수가 다른 프렌차이즈랑은 맛이 달라 특이하더군요
역시 맛있고 값싸고
또....친절하시더라는..
밥먹구 핸폰을 놔두고 왔는데 버스정류장까지 뛰어오셔서
전해주셨어요 글쎄..ㅎㅎ
급하게 돌아서 가시는 바람에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해드렸네요
담에 또 갈게요.
소개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7.07.18 11:36와와 편집장뉘임~~ 왕건이 재미나게 지내시나봐요..뭐죠 이 배신감은?? -_-+
2007.07.18 18:23홍대 가본지 어언 6개월인 저로서는 마냥 부러운 코스네요..ㅎㅎ
허후~~ 너무 심심해요.. 만사가 왜 이런지 몰라요..
완전 조울증이에요 조울증.. 저 좀 데리고 놀아주세요~~
내 취재에 따르면 동해 앞바다에서 얼큰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게 엊그제인 걸로 아는데, 심심하다는 건 무슨 꾀병인지...?
2007.07.18 20:37선배님~ 마지막 사진 압권입니다..ㅋㅋ
2007.07.20 12:34꽃도 오리엔탈 브런치도 다 선배님따라 한번씩 가본 곳이네요...
충정로시절 이후 다같이 홍대 갔던게 백만년도 더 된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다같이' 홍대서 함 놀아주세요~
참..저 지영이예요...김지영..
그래, 언제 함 뭉치자.^^
2007.07.20 17:14 신고최 기자니임~ 시사플러스 김피딥니다! *^^* 눈동냥만 하다가, 홍대 밥집에 눈이
2007.07.30 08:37번쩍!!! 저도 홍대 죽순이라~6^^ 요즘은 산울림극장 1층에 있는 '수카라'에 버닝하고 있습죠...오리엔탈 브런치는 오다가다 침만 삼켰더랬는데, 오늘 당장 날아가주셔야
겠군요~~ 그럼, 랑데부 d-day를 기다리며, 생방하러 갑니다~
피에쑤. 마지막 사진, 인상적이어요-
그러셨군여, 조만간 홍대 앞에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2007.07.30 14:40감사합니다. 외국에서 살아서 한국가면 어디가 저렴하고 좋은질 잘모르고 있었는데, 좋은 조언과 아이디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레게이 음악이 썩, 그래서 혹시 홍대에 트란스나, 힙합 클럽알면 가르켜주세요
2007.10.12 04:15지난 목요일(2008.4.24), 산울림소극장 갈 일 있었어요. 얼마 전에 이 글 읽은 터라 그날 저녁은 당연히 오리엔탈브런치에서 먹으리라 했죠. 소극장에서 바로 보이는 줄 알고 전화번호도 안 적어갔는데 안 보이고 극장 사람들한테 물어도 모르겠다 하고. 만만한 발품 팔아도 못 찾고 결국 저녁은 거르고 연극 본 뒤 집에 왔어요. 전화번호나 좀 더 위치를 자세히...
2008.04.27 18:33산울림 소극장 맞은 편으로 나있는 언덕으로 찻길따라 한 10미터 올라가시다보면 왼편에 있습니다. 편의점 바로 오른쪽 집인데, 요즘 주인장이 환우중이라 5월 중순까지는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참고 하시길.
2008.04.27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