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추적>이다. 주인공이 주드 로다. 이 두가지 정보만 접한다면 십중 팔구 쫓고 쫓기는 액션 스릴러를 연상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추적>은 한 마디로, 말의 액션과 잔머리의 스펙터클만 가득한 영화다. 실망하셨나? 실망하긴 이르다. 여전히 주인공은 허우대 멀쩡하고 속은 찌질한 남성의 대명사 주드 로다. 요번에도 징징 짠다. 귀엽지 않겠는가? <다크 나이트>의 마이클 케인이 선사하는 중후한 매력은 또 어떤가. 유명 추리 작가 앤드류(마이클 케인)의 대저택에 젊은 청년 틴들(주드 로)이 도착한다. 그는 사실 앤드류의 아내와 바람 난 인물이다. 그의 아내와 살림을 차리려고 하니 이제 그만 이혼해달라고 요구할 작정이다. 앤드류는 아내에게 미련이 없다며 그에게 자신의 집에 있는 고가의 보석을 훔쳐가라는 괴상하지만 솔깃한 제안을 던진다. 순진얼빵한 친구는 게임에 뛰어 든다. 그러나 그 게임은 1세트에 불과했다.
<추격>은 1972년 안소니 샤퍼의 연극 대본 <발자국>이 원작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도 연극 같다. 그러나 거대한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심리 게임의 향연이 주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원투 펀치 속에서 질투와 욕망 등 인간 심리의 치사하지만 흥미로운 측면을 곱씹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름의 교훈도 있다. 사람의 진심을 가지고 놀면 큰 코 다친다? 물론 이런 설정에 익숙하지 않거나 화려한 액션 스펙터클을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초반엔 좀 졸릴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원작을 처음 영화화한 <발자국>에서 젊은 청년을 연기했던 마이클 케인이 이번에는 주드 로의 상대역(<발자국>에선 로렌스 올리비에가 맡았던 역)으로 출연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케인은 청춘기에 찍었던 <알피> 역시 마치 유산처럼 주드 로에게 타이틀 롤을 건넨 적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마이클 케인이 마치 주드 로의 노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젊은 시절의 마이클 케인은 주드 로와 약간 닮았다.)
200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해롤트 핀터가 각색에 참여했고, <헨리 5세><햄릿>의 캐네스 브래너가 연출을 맡았다. 11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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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