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팸덤 귀하: 두번째 이야기

별별 이야기 2008. 10. 26. 20:33 Posted by cinemAgora
외출했다 돌아오니 그사이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어쨌든 저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되 표현에 있어서는 많이 순화된 것 같아 감사의 인사를 먼저 올립니다. 댓글 공간에서 일일이 답변을 드리고 싶었으나 물리적 시간의 한계도 있고 해서 대표 답글 형식으로 대신하게 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서 첫번째 글에서 충분히 피력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 사안을 좀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논란이 되는 몇가지 이슈별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떤 분이 제가 평점심을 잃고 흥분 상태라고 유추하셨는데 지금 저는 매우 평온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신승훈과 그의 팬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견해에 대해.

여러분이 쾌변에 대한 신랄한 반응으로 이미 110% 입증하셨듯 가수 신승훈 씨는 이미 한국의 대중 문화에서 강력한 문화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불과 1만 명도 청취하지 않은 인터넷 방송에서 한 명의 영화 기자가 나불댄 말에 상처를 입을만큼 연약한 분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쾌변은 처음부터 신승훈과 그의 팬덤을 겨냥한 도발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비평한다는 것은 비평 대상이 문화적 권력이라는 현상 인식을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견제와 감시를 받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쾌변에서 제가 한 발언은 그같은 전제로 이 사회의 문화적 수용력이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입니다. (가요쪽의 사정이야 이번에 절감했지만 영화 쪽은 저 정도 독설은 수시로 오가고, 크게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거꾸로 여러분이 저를 공박하는 것도 저를 일정한 영향력을 지닌 권력으로 보고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그 시각을 감사히 수용합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의 공박이 (극히 일부의 협박성 댓글만 제외하고는) 문화적 수용 범위 안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여러분의 공박에 대한 수용력을 키우고 있듯, 여러분도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을 즉각적으로 취향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상처 받지 않도록, 문화적 면역력을 키우시기를 기대합니다.

2. 영화 기자가 음악에 대해 함부로 말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쾌변은 크게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1부와 음악 등 대중 문화 전반의 현상에 대해 까칠한 대화를 나누는 2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들으신 분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제가 대화를 이끌고 김작가가 한 명의 관객 입장에서 툭툭 의견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되고, 반대로 음악이 붕가붕가의 주제가 될 때는 제가 음악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툭툭 던지고 김작가가 그것을 구체화하거나 반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쾌변에서 제가 던진 발언은, 물론 신승훈에 대한 저의 느낌을 얘기한 건 맞지만 대체로 김작가에게 제 감상을 검증받기 위해 던진 말들이었습니다. 그것이 만약 전문적인 음악 비평으로 들렸다면 진짜 평론가들을 모욕하는 일일 터이지만, 택도 없는 소리로 들렸다 할지라도 그것이 음악 소비자로서의 제 생각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3. 버터, 짓 등의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한 데 대해.

팬덤의 입장에서 이런 어휘들이 꽤 도발적으로 들릴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 쾌변은 팬덤을 향한 도발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저처럼 신승훈이라는 대중 문화 아이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들을 더욱 폭넓게 고려하는 방송입니다. 그 분들에게 독설적 어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겨 줄 수 있습니다. 아시다피시 TV나 라디오 등 그 어떤 매체에서도 독설이란 발붙일 수 없는 게 이 시대 문화 지형이니까, 쾌변을 통해서나마 문화적 해방감을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말할 수 있는 자유도 있되, 듣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이미 제목과 가이드 글로 그 방향성이 충분히 제시된 AOD 클립을 여러분들이 애써 듣고 과대포장하는 것도 어쩌면 그냥 묻히고 갈 일을 더 크게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팬덤의 공격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 저와 쾌변이 의도치 않게도 거대한 권력을 부여 받은 셈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장난스러워 보이는 댓글을 단 데 대해.

누차 말씀드린 상황이지만 댓글은 상호소통을 위해 존재합니다. 제가 신승훈을 근거 없이 멸시했다고 판단한 누군가가 저를 조소한 데 대한 제 나름의 표현입니다. 그런 정서로는 이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토론이나 소통을 나눌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방문자들은 무한대의 표현의 자유를 누리시면서 저한테만 제 블로그 공간에서조차 발언의 막중한 책임감을 물으실 요량이라면 그런 불평등한 댓글란은 아예 닫아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래서 이어진 팬덤의 더욱 자극적인 공격을 저는 다 감수했습니다. 다만, 방명록의 글을 삭제한 것은 여러분의 글이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라 다른 필진과 신승훈 문제에 관심이 없는 다른 방문객들이 보고 싶지 않은 정보를 보지 않을 자유를 보장해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5. 관심을 얻고 싶어, 혹은 뜨고 싶어 일부러 독설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대체로 독설로 뜬 분들은 매우 희귀할 뿐더러, 저처럼 먹물이 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뜬다는 게, 적어도 한국의 문화지형 안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저와 여러분의 논박이 실증하듯, 먹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칭찬하고 빨아주면 더 빨리 뜰 수 있긴 합니다만 그건 제 방식이 아닌데다 더욱 중요한 건, 지금 이상으로 과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심이 추호도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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