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공상 한번쯤 해보셨겠죠?
이 작품은 바로 그런 공상을 현실로 뒤바꿔 놓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서도 한 소녀의 순정 로맨스를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 안에서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입니다.
선머슴 같은 여고생 마코토. 오늘도 변함 없이 지각입니다. 덤벙대는 성격에 자전거도 함부로 몰지만 왠지 밉지 않은 마코토. 그녀에겐 친한 단짝 친구가 둘이나 있습니다. 한사람은 바로 치아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고스케입니다. 남자 같은 성격 탓인지 단짝 친구들도 다 남학생이군요.
당번이라 반 아이들의 숙제 노트를 실험실에 가져가는 마코토. 그런데 실험실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들립니다. 누굴까요?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이상한 물건! 그 순간! 누군가의 등장에 놀라 넘어진 사이, 마코토에게 신비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설마 했는데 죽는구나...'
순식간에 찾아올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마코토는 일진 사나웠던 그날을 되짚어 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히 건널목에서 차단봉에 부딪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주머니와 부딪혀 있는 것입니다. 시간은...다시 열차가 지나가던 그 시점으로 돌아와 있구요. 이럴수가! 마코토는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내가 건너뛴 거야! 시간을 건널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마코토에겐 정말 시간을 건너뛸 수 있는 능력이 생긴거죠. 이런 능력이 생겼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마코토는 우선 일진 사나웠던 최악의 날을 다시 살아보기로 합니다.
우선 평소와 달리 지각 안하기부터! 쪽지 시험도 미리 알고 있었던만큼 식은죽 먹깁니다.
요리 실습 시간의 실수와 창피도 물론 미리 예방할 수 있겠죠? 대신 엉뚱한 사람이 망신을 당했지만 말입니다. 마코토는 자신에게 생긴 이 비범한 능력에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도 마코토의 타임리프는 꽤 쓸만한 재주가 되는데요. 시간을 되돌려 노래 부를 시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이죠.
치아키는 마코토에게 뭔가 진지한 말을 하고 싶은 눈칩니다. 그리고 그의 쑥쓰러운 고백.
"나랑 사귈래?"
싫지는 않지만 마코토는 왠지 치아키와 사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는 것도 괜찮은데...
이 난처한 상황에 대한 마코토의 응급 처방! 네, 역시 타임 리프죠. 치아키와 자전거를 타기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간 마코토. 그렇다면 과연 그의 고백을 막을 수 있을까요?
별 소용이 없군요. 치아키의 사랑 고백을 사력을 다해 막는 마코토. 그냥 받아줄만도 한데 말이죠.
SF와 순정 로맨스를 뒤섞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후회할지언정, 과거는 과거대로 내버려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시간 속에서 후회보다 훨씬 더 소중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