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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청춘을 아름답다고 했나요? 어느 정신 나간 인간이 그 따위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앞뒤 꽉꽉 막혀 버린 감옥이 그토록 아름다워 보인단 말인가요?

청춘의 색깔을 흔히 푸르름이라고 합니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 그리고 무한하게 열려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 때문이겠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청춘은 출구 없는 미로, 가망 없는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죠. 한국영화계의 재능있는 신예 노동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청춘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세상의 불합리와 모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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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대(유아인)는 얼마 전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학교 갈 일이 없어졌으니 하릴 없이 친구와 집 옥상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 나이는 벌써 지난 것 같은데, 종대는 총에 대한 유별난 집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이 필요해..."
"그거 갖고 뭐가 되는데?"
"뭐든 돼, 뭐든!"

총만 있으면 뭐든 된다고 믿는 종대. 그에겐 오로지 자신만 믿고 사는 홀어머니가 있습니다. 종대는 그런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편으로 종대를 숨막히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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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수(김병석), 종대가 가장 믿고 따르는 동네 형입니다. 그런데 기수의 친형이 아이를 데리고 그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안 그래도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기수인데, 군식구가 늘게 됐습니다. 형의 아내가 얼마전 집을 나가, 당분간 어린 조카를 떠안게 된 것이죠.

조카는 엄마가 집을 나간 충격 때문인지, 잠을 못자고 이상합니다. 가난 때문에 꿈을 이루기 힘든 기수는 조카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그런데 기수가 걱정해야 할 친구가 또 한 명 있는 것 같군요.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사고나 치고 다니는 종대입니다. 한심하지만, 그를 보살필 사람은 기수밖에 없습니다.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기껏 달려갔는데, 종대는 그 와중에도 또 총 타령입니다. "총이 필요해!"

틈만 나면 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종대, 그의 눈에 세상은 총과 권력을 쥔 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총을 손에 쥐게 되면 힘과 자유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믿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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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종대가 개념 없이 막 사는 건 아닙니다. 낮에는 주차장에서 세차 일을 하며 나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뒤치닥거리 할 사람이 많은 기수도 드러머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습니다. 당장 보살펴야 할 조카도 그렇고, 갑갑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종대는 자꾸 철 없는 소리로 그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기수를 졸라 총 살 돈을 마련한 종대. 마침내 진짜 총을 구할 기회가 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결국 돈만 날리고 사기를 당하고 맙니다. 총이란 걸 그렇게 쉽게 구할 리가 없죠.
만만치 않은 세상이 또 한번 종대의 뒷통수를 때립니다.

세상에 대한 증오심 때문인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인지 종대는 잔뜩 취하고 말았습니다. 종대는 기수의 돈을 날려 버린 미안함을 추스르고 싶었겠지만, 기수는 그런 종대의 아픔까지 껴안아 줍니다.

꿈이 가질 수조차 없을 정도의 가난, 그리고 성장기의 아픔이 이들의 발목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있습니다. 날고 싶지만, 날 수 없는 현실. 답답한 마음에 기수는 애꿎은 어린 조카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가난, 그로 인한 가족의 해체, 그 진절머리 나는 고통이 대물림되는 게 기수는 끔찍하게 싫은 거겠죠. 그래도 이 어리고 불쌍한 조카를 향해서까지 아가리를 벌리며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라는 괴물 앞에서 기수는 한 없이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한편, 종대는 술김에 치기 어린 친구와 함께 안마시술소에 갔다가 끝내 사고를 치고 맙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안마시술소 사장까지 만나게 되는데요. 사실 그는 엄마의 옛 애인입니다. 하지만 종대의 눈에 그는 총과 같은 존재, 그러니까 권력과 자유를 가진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저씨처럼 살고 싶어요." 그리고 결국 종대는 그의 밑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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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험악한 세상의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종대. 그리고 그를 되돌려 세우기에 스스로 한 없이 무기력하기만한 기수. 불안하게 흔들리는 이들의 청춘에는 좌표가 없어 보입니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세상의 늪에서 과연 누가 이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오로지 서로에게 어깨를 기댈 뿐입니다. 그것만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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