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본격 시작됐지만 극장가는 때 아닌 가뭄이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이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박스오피스 규모가 쪼그라든 한여름 비수기 국면이 2주 연속 계속됐다. 이런 상황은 이번 주말 <트랜스포머> 개봉과 함께 풀릴 것이 분명하다. 또 한번의 싹쓸이 국면이 예고돼 있다. 관객보다 더 목이 마른 극장들이 너도 나도 프린트 달라며 아우성 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태라 감독의 공포 영화 <검은 집>이 한국영화 부활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극장가에 출격했으나, 성적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먼저 개봉한 <오션스 13>의 흥행세가 워낙 막강해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전국 50만 관객이면 공포 영화로선 꽤 들었다고도, 잘 안됐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수치다. 공포 영화 가운데 <장화, 홍련>이나 <폰> 등의 대박 흥행작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개봉 후 관객들의 평가가 앞서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비졌던 평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면, 하물며 <트랜스포머>가 개봉하는 이번 주말을 무사히 버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지난 주 개봉작 가운데 김진아 감독의 멜로 <두번째 사랑>(사진)이 눈에 띈다. 전국 4만 7천 관객. 늘 똑같은 얘기지만, 평단의 열렬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일부 전위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그리 잘 되진 않았다는, 지긋지긋한 얘기를 또 되풀이해야 할 판이다. 이런 영화, 돼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 주말 적어도 10만 이상은 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한국영화가 창의력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다. 한국영화가 형편 없어 지는 데는, 분명코 향유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관객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렇고 그런 한국영화에 대한 불평보다 그렇고 그렇지 않은 영화에 발품 파는 관객이 많아질 수록 한국영화는 더 성장할 것이다. 빅브라더(극장)가 차려준 메뉴에 만족하고 마는 뻔한 게임, 관객의 능동성이 연출한 이변이 만들어질 수 없다면, 그런 극장가는 참 재미없고 따분하지 않은가.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2007.6.22~24)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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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오션스 13 216 120,300 1,140,700
2위 검은집 328 119,000 494,000
3위 슈렉 3 377 80,000 2,563,000
4위 4.4.4 144 31,600 134,400
5위 캐리비안의 해적3 241 27,500 4,867,100
6위 러브 & 트러블 170 23,800 216,500
7위 황진이 286 18,800 1,196,500
8위 뜨거운 녀석들 100 16,000 60,000
9위 두번째 사랑 93 15,100 47,000
10위 밀양 191 10,800 1,634,300
11위 황색눈물 14 3,900 28,200
#이 박스오피스 수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별도의 취재를 통해 확인된 상영 영화의 실제 관객수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