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콕'을 보며 생뚱맞게 MB를 떠올림

영화 이야기 2008. 7. 6. 15:19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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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시국이니 영화를 봐도 자꾸 우리 현실과의 연결성을 느끼게 된다. 최근 본 <핸콕>도 그랬다. 나는 이 영화에 불합리한 리더십의 개과 천선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욕망이 녹아 있다고 봤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현재와도 상통하는 맥락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분명 아전인수라고 할 것이다. 할리우드 오락 영화에서 무슨 그런 생뚱맞은 의미 부여를 하냐고 혀를 찰 게 뻔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고, 바라보는 이의 의식 또는 무의식과 교감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힘을 가진 것보다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가 힘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성찰은 이미 <스파이더맨>에서도 확인했던 화두였다. 이 영화 <핸콕>은 그것을 더욱 시니컬하고도 코믹한 방식으로 담아 낸다.

핸콕은 초능력을 부여받은 슈퍼 히어로이지만 시민들의 골칫덩어리다. 나섰다 하면 사고를 치니, 당국과 시민들은 그가 아예 가만히 있어주길 바란다. 거꾸로 핸콕이 범생이 슈퍼 히어로들을 그저 호모들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의 눈에 그들은 모두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에 의해 행동하지만 마치 정의와 대의에 의한 것처럼 포장하는 위선자들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핸콕은 용감하게도 슈퍼 히어로가 아닌 실존적 개인으로서 행위의 자유를 주장한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데로 살고 싶은 한 명의 인격체일 뿐이라고 항거한다.

그러나 문제는 하고 싶은대로 사는 핸콕이 대중들에게는 사회악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그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즉 그가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힘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핸콕은 결국 시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튜닝한다. 유니폼도 입고, 최대한 예의를 갖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핸콕이 슈퍼 히어로란 궁극적으로 대중이 가진 로망의 결집체이자 아이콘이라는 것을 수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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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콕>에는 전세계 지성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왕따 당하고 있는 미국의 현재에 대한 각성과, 자신이 가진 슈퍼 파워를 좀더 합리적이고도 올바르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미국인들의 열망이 엿보인다.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틀로 담겨 있는만큼, 그러나 그 열망은 전형적이며 순진하다. 여전히 슈퍼 파워는 신에 의해 부여된 천부적인 것이라는, 미국인들 특유의 신화를 애써 거부하지 않는다.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핸콕이 교도소에 갇히자 거리에 범죄가 넘친다는 설정도 같은 맥락이다. 핸콕은, 혹은 미국은, 말하자면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거부하고 싶지만 안고 가야 할 필요악인 셈이다. 누군가가 악의 세력이 들끓는 이 세계의 정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서두에 말한 이유 때문에 나는 <핸콕>을 보며 우리 정치 현실을 떠올렸다. 작년 같았으면 핸콕을 바라보며 노무현이 연상됐을 것이다. 그는 뭘 해도 욕 먹는 리더십의 상징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으로선 당연히 MB가 떠오른다. 그는 순식간에 특별 교육을 통해서라도 개과천선시키고 싶은 리더십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역사적 개인, 또는 공공적 실존으로서의 사명을 각성하는 핸콕처럼, 그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힘과 권력이 이 시대 시민의 열망을 읽고 실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하루 속히 깨닫기 바랄 뿐이다. 시절이 하수선하니 오락영화 한 편 보면서 별 생각이 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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