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무엇으로 사는가

별별 이야기 2008. 5. 31. 18:13 Posted by cinemAgora

팀블로그 '3M흥업'이 그럭저럭 유명해지긴 했는지 올들어 블로그와 관련한 인터뷰 요청들이 심심찮게 들어왔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 이어 월간지 '말', 어제는 모 출판사에서 기획중인 블로그 관련 책을 위해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뭐, 기분 좋은 일이다.

광고와 관련한 제안도 가끔 받는 편이다. 얼마전엔 새로 출시된 휴대폰과 관련해 제안을 받았는데, 휴대폰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사용 후기나 관련 포스트를 올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원고료와 광고료도 따로 지급한다니, 제법 솔깃해할만한 제안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10만 원짜리 휴대폰도 하도 떨어뜨려 너덜너덜해진 마당에 온갖 첨단 기능들이 첨가된 최신형 휴대폰을 실제로 보니 솔직히 약간의 견물생심이 생기긴 했다. 팀블로그의 수익 증대를 위해 과감히 저질러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블로그 광고 수익을 모았다가 올해 내에 '단편 영화 제작 지원 프로젝트'와 '인디 밴드 발굴 프로젝트'를 추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마당이었으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허나 끝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는 한가지였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의 초심에 위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의 매체 시장에서는 광고주의 이해에 부응하는 기획 기사들이 적지 않게 양산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잡지 매체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수익의 70-80%가 판매가 아닌 광고에서 나오는 구조인만큼, 기사를 전제로 광고를 대주겠다는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헌데 블로그에서조차 광고에 좌우되는 포스트를 올린다는 것은, 애초에 그 어떤 외부의 압력과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3M흥업이 그나마 스스로 자랑으로 여겼던 '질정 없이 들이댐'의 진정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물론, 3M흥업이 IT나 통신 관련 블로그라면 얘기는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IT 블로거의 경우, 이런 제안 자체가 오히려 최신의 기술적 흐름에 대한 얼리 어답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처럼 거대 광고주들이 블로그 스피어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인 징후라고 생각한다. 기존 매체의 위력에 맞서 블로그 저널리즘이 재생산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광고주들이 기존 매체에 쓰던 방식 그대로, 수익에 목말라하는 블로거들을 상품 홍보의 창구로 견인하는 방식에 대해선 '개버릇 남 못준다'는 반발심이 생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다음 블로거 뉴스가 최근 랭킹 창 하단에 광고를 삽입한 것도 불쾌했다. 수많은 블로거들의 컨텐츠를 '무상으로' 모아 놓고는, 돈은 그들이 번다? 결국 개인들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웹2.0이란 것도 플랫폼 사업자들만 이익을 얻는 그들만의 블루오션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인가? 게다가 그 광고란 것도 앞서 말한대로 배고픈 블로거들을 상품 홍보를 위한 앵벌이로 삼겠다는 저의를 굳이 숨기지 않는 것들이다. 이런 상황이 열 받아서 어제 인터뷰 도중에 핏대를 세웠다. "블로거 독립 전쟁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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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낚시의시간*****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으신 말씀, 굳은 행동?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8.05.31 18:16 신고
  2. BlogIcon 『토토』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많이 찔리는군요^^
    주렁주렁 달고도 모자라서 광고만 하는 카테고리도 만들었거든요.
    저도 가끔 물품사용에 대한 제안을 받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응하는 편이고.(저도 같은거 제안받았지요)
    자신없는 것은 거절하지요.(고건 거절했어요. 통신사가 달라서.ㅋㅋㅋ)
    저는 블로그를 통해서 이왕이면 뭔가 주어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줌마랍니다.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 이글 읽노라니 저는 많이 많이 뜨끔해짐을 느끼며 속물임을 인정합니다^^

    2008.05.31 18:55 신고
    • cinemAgora  수정/삭제

      블로그의 성격이 서로 다른데, 모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순 없다고 봅니다. 토토님으로선 하등의 찔릴 게 없는데요, 뭘...^^

      2008.05.31 19:47
  3. 자유의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읽고가요^^

    2008.05.31 23:41
  4. 와우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데요. 곤조, 랄까... 그런 게 좀 필요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2008.06.01 00:22
  5. 좋은생각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천하고 갑니다..^^

    2008.06.01 12:44
  6. 스카페이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쉬.....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최기자님 정말 멋지십니다. 예전에 초창기 "딴지일보"를 즐겨찾기에 해놨다가 어느날 즐겨찾기 목록에서 지워버린적이 있습니다. 최기자님의 날선 칼날에 가슴 후련해 하는 많은 독자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06.01 16:30
  7. BlogIcon 스크루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령 상업적으로 된다한들 3M흥업에 포레버 지지를 선언하는 1인입니다.

    흥업에 식지않은 열정만 보여주시면 팬은 그저 기쁠뿐 :D

    2008.06.02 03:48
  8. BlogIcon 양깡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인기 블로거라 ㅎㅎ 광고해달라는 고민이 없어서 햄볶아요. ~

    2008.06.02 14:36
  9. BlogIcon bliss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최광희 기자님. 에이콘출판사 김희정입니다. :) 그날 만나뵈어 너무 즐겁고 반가웠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책이 출간되면 세 분 함께 뵈올 날 기대하겠습니다. :)

    2008.06.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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