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처참한 삶을 목격한다는 것은 이래저래 불편한 일이다. 누군가는 영화에서조차 궁핍의 현실을 재확인하는 게 싫을테고, 누군가는 구질구질한 삶을 바라보는 행위조차 자신의 고상한 일상을 흠집 내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이 곧잘 신파의 전략을 차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관객으로 부터 동정과 연민의 감성을 이끌어 내 스스로 따뜻한 피의 소유자임을 각인시켜주면, 영화가 초래한 불편함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빈곤에 내몰린 인물들을 주인공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방울 토마토> 역시 그럴 개연성이 작지 않은 작품이다 . 욕쟁이 할아버지와 한없이 순수한 눈망울을 지닌 아이의 조합이니 왜 그러하지 않겠는가. 막막한 현실 앞에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마디에 담배 꽁초를 슬그머니 꽂아주는 다성이의 사려 깊은 동심만으로도, 콧등이 시큰해지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막무가내로 신파를 향해 돌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특하다.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두 인물이 서로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독이며 찬바람을 뚫고 나가는 풍경이 담담하게 펼쳐 진다. 거기에는 46년 연기 생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신구의 존재감이 한 몫 한다.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한 표정과 신경질적인 대사 톤으로 일관하는 그는 오히려 희망 없는 현실 속에서도 끝내 한 가닥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한 노인의 사투에 처연함을 더한다.
감독은 신파를 뛰어 넘어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의식의 환기에까지 다다르려는 욕심을 부려 본다. 사회 복지의 대상 범위에 마땅히 포섭되어 있어야 할 두 인물이 개발업자의 빈집에서 일시적인 풍요를 경험하는 역설적인 장면이 대표적이다. 개발업자를 분열증적인 악인으로 설정해 놓은 데서는 빈부격차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일말의 작위성이 엿보이긴 하지만, 영화가 지닌 진심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5월 29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