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그리고 3M흥업 1주년

별별 이야기 2008. 5. 18. 21:26 Posted by cinemAgora
오늘은 5.18 광주민중항쟁 28주년 되는 날입니다. 더불어 세 남자가 조촐하게 시작했던 팀 블로그 '3M흥업'이 1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뭐 거창하게시리 일부러 이날로 오픈일을 잡았던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우연의 일치가 가끔 우리에게 무언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듯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3M흥업이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공간은 아닙니다. 한국의 정치, 사회적 현실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정도로 통찰력이 지대한 이들도 아닌데다, 그냥 저냥 먹어가는 나이에 아랑곳 없이 최대한 안쪽팔리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렇다 해도 3명의 멤버 모두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자장권 안에서 자라났고, 그 희생자들에 대한 어떤 부채감과 동시에 부당하고 불합리한 권위에 똥침을 날리고 싶어하는 깊숙한 욕망을 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러한 정서가 부지불식간에 저희들의 글에, 저희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어느 정도는 담겨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저희들 역시 '불합리한 권위'의 일면으로 자주 타자화되기도 했습니다. 저희 딴엔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 것이라고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강력한 면역력이 생길 정도로 숱한 악플 세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권위 일반에 대한 '인터넷 공중'의 자연스러운 거부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또한 경직되고 편향된 사고와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성 세대로 편입되는 와중에 있기 때문에 돌을 맞을 일이 있으면 흔쾌히 맞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강도와 종류에 상관 없이 방문자들과의 소통은 우리 스스로에게 꽤나 큰 자극이 되는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지난 1년 동안의 누적 방문자수가 무려 700만이 넘었습니다. 평생을 다 거쳐 만나뵐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니, 3M흥업 멤버들도 경이롭다 못해 두려워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폭발적 반응에 일부 필진은 쓸데없는(?) 무게감을 지닌 채 글쓰기를 주저하는 부작용까지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원했던 게 이건 아니었잖아?" 이런 얘기도 오갔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에 신중해지면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고, 가벼워 지면 책임감이 없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면 '늬들은 얼마나 잘났길래'라는 냉소를 듣는 한편, 비판의 칼날이 약해지면, '비겁하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합니다.

어느 장단에 춤 춰야 할지는 물론, 저희가 결정할 몫입니다. 그러나 과연 어떠한 글쓰기가 블로그 저널리즘에 적합한 것인지는 저희도 아직 갈피를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부 요인과 독자들의 거부감을 부러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라는 원칙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딱히 손에 잡히는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이 이 팀블로그를 지탱하고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쓰는 이의 발언보다 그것을 읽는 이들의 존재가 인터넷 담론을 지탱하는 진정한 힘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3M흥업은 개방과 참여, 공유라는 웹2.0의 가치를 수행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세 남자의 놀이터로 시작된 이 작은 공간이 점점 다음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 국면'은 좀더 폭 넓은 참여와 공유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 나름대로 그 국면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3M흥업은 이 블로그의 마초성을 희석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신'웃긴 고양이'님에 이어 새로운 객원 필자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좀더 가볍고 좀더 유쾌하고, 좀더 자극적인 글쓰기를 선보여주실 그 분은, 조만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블로그를 바탕으로 우리 대중 문화의 저변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는 실천적 프로젝트를 궁리 중입니다. 이 역시 현실화 단계에 이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5.18의 정신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재해석되 듯, 세 남자의 초라한 '실존의 호텔'로 개업했던 3M흥업도 이제 2단계 진입을 위한 리노베이션에 들어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특급 호텔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조촐하게 3성 호텔로 재개장합니다. 부디, 변함 없이 즐겨 찾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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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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