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공식 임기가 이달 27일 만료되는 가운데, 차기 영진위를 이끌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까지 영진위가 공모한 위원장 후보 등록 결과 15인의 인사가 자,타천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최근 영진위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에서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 이강복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 최진화 강제규필름 이사, 하명중 영화 감독 등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아 유력 후보 그룹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영진위가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3인을 추천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차기 영화진흥위원장을 최종 낙점하게 된다.
 
하명중 감독을 제외하면 유력 후보군의 면면으로 보아 학계와 영화 산업 내 CEO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러나 상반된 지향점의 목소리를 내온 강한섭 씨와 조희문 씨가 학계를 대변하다면, 국내 최대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이강복 씨와 강제규필름과 MK픽쳐스를 이끌며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기획 제작한 최진화 씨는 현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맞물리며 CEO 대세론을 대표하고 있다.

충무로 주류 안팎에서는 차기 영진위원장으로 자주 거론돼 왔지만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의 대안으로 이들 경영자 출신의 인사들에게 직간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영진위원장 가운데 산업 관련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는 점(초대 유길촌 위원장은 방송 피디 출신의 중견 연극인이었고, 이충직 2기 위원장은 중앙대 교수였으며 현정부 출범 직후 사표를 던진 안정숙 3기 위원장은 한겨레 기자였다)에서 이번에 CEO 대세론이 어느 정도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영화발전기금 등 한해 6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인만큼, 자칫 산업 내부의 인맥 관계에 좌우된다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훼손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감독협회가 영진위가 예산을 전횡했다고 강력 비판하고 나선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영화계내의 신구 갈등은 여전히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진위 위원장은 적절한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며 영화계 내 다양한 세력의 요구를 조율,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영진위원장이 특정 세력에 기울어져 있다면 구설수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차기 영진위원장은 지난해 마이너스 44%라는 최악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며 깊은 침체기에 빠져든 한국영화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부가판권 시장 정상화와 투자 활성화, 영화 다양성 확대, 해외 시장 개척, 디지털 시네마를 거쳐 E시네마를 향해 가고 있는 새로운 영화 유통 환경에 대한 대처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그런만큼, 지난 영진위 정책의 성과와 부작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가운데, 한국영화를 부흥시킬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청사진과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충무로 안팎에서 차기 영진위원장의 향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사실상 국가 주도의 시장 팽창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차기 영진위는 수천억 원대의 영화발전기금을 관리, 집행하게 되므로 돈줄이 바짝 말라 있는 충무로로선 그 권력의 향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계 내의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최악의 위기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차기 영진위원장은 누군가의 '내 사람'이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구조적 문제를 돌파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10년을 개척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누가 영진위원장이 됐느냐에 따라 충무로 세력 판도 안에서 누가 뜨고 누가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한국의 영상 산업 정책이 어떤 방향성으로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야 정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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