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언론 시사 후기

영화 이야기 2008. 4. 14. 20:44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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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 4에 이어 마블 코믹스 출신 슈퍼 히어로가 또 한 명 탄생했다. 이름하여, '아이언맨.' 그가 누구인가. 스파이더맨과 쌍벽을 이루는 마블 코믹스의 초절정 인기 캐릭터가 아니던가. 거미 인간이 한해 걸러 5월 극장가를 초토화하는 걸 지켜만 봐오다 이제야 스크린 영웅으로 대접받게 됐으니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조용필은 맨 마지막에 가장 화려하게 등장한다던가. 아이언맨은 마블의 첫번째 자체 제작 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돼,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서막을 여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아이언 맨을 굳이 번역하면 철의 사나이쯤 되려나?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논평한다. "아이언 맨이라는 이름이 정확하진 않아, 사실 내 수트는 특수 티타늄 합금이거든. 그래도 뭐..아이언 맨도 상징성은 있네."

잘난 척 하는 이 친구는, 사실 그럴만한 녀석이다. 천재적인 무기 개발업자에 백만장자, 거기에다 준수한 용모까지 갖춘 초특급 바람둥이다. 낮은 곳에서 탄생해 지구와 인류를 구한 뒤, 스스로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슈퍼 히어로들과 이 친구는 성분이 다르다. 말하자면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복 받은 녀석이다. 헌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큰 코 다친다. 그리곤 개과천선한다.

주목해야 할 건 개과천선의 내용이다. 슈퍼맨처럼 타고 나길 그렇게 났거나 스파이더맨처럼 우연치 않은 화학 작용에 힘입은 게 아니라, 이 친구는 천재적인 무기 개발 능력을 자신에게 대입해 스스로 '아이언맨'이라는 초강력 무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 거듭남에는 회개가 뒤따른다. 말하자면 그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의 롤모델인 지저스 크라이스트가 아니라 '돈오돈수'한 사도 바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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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액션물로서 이 영화의 필살기는 바로 그 개과천선의 과정이 토니 스타크가 초강력 수트를 발명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건 평소 여친에게 무기력하게 관람 선택권을 내줘야 했던 수 많은 남성 관객들이 지난해 여름 <트랜스포머>로 주저 없이 달려갔던 지점과 일맥상통한다.

토니 스타크가 발명해가는 '수트'가 점점 더 업그레이드될 수록 로봇 메카닉물 특유의 둔탁하고도 정교한 쾌감도 함께 고양된다. 미세한 근육 조직만큼 세분화된 초강력 합금들이 따로 또 같이 온 몸을 감싸며 합체될 때의 그 시청각적 매혹! 쮜이익 두둥! 스르르르 촤자작!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아이언맨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간다. 그리곤 초음속 전투기와 맞짱 뜬다. 강렬한 비트의 록 음악이 배경음으로 깔린다.

로봇 메카닉에 대한 로망을 가진 남성 관객들이라면, 하다 못해 탁상 시계라도 호기심에 분해해봤던 이들이라면, 자지러질 게 뻔한 대목이다. 게다가 이번엔 지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오토봇 같은 애들이 아니라 사람 몸에 멋지게 달라 붙어 사람의 말을 기가 막히게 수행하는 최첨단 지능지수를 지닌 금속 쪼가리의 향연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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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락영화적 미덕과 별개로 영화가 가진 정치적 함의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곱씹을 부분이 적지 않다. 우연한 계기에 의해 후천적인 힘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은 많이 닮았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이 청년이라면 아이언맨은 중년에 가깝다는 게 다를 뿐, 두 영웅은 힘의 올바른 사용법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영화 초반부에 자신이 개발한 가공할 미사일을 시연해 보이던 토니 스타크는 두 팔을 호기롭게 벌리며 이렇게 말한다. "존경과 두려움을 함께 얻는다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요?" 가능하다고 믿었으니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게릴라에게 붙잡혀 죽도록 고생하고 나서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개발한 무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빠뜨렸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힘의 논리에 대응하는 진짜 해법은 힘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개과천선해 거듭난 아이언맨은 그러나, 역시 미국 사람답게 힘을 키워 나쁜 힘을 누르는 길을 택한다. 나쁜 힘은 이익에 눈먼 미국의 군수 산업체와 그들과 결탁한 (알카에다 쯤으로 보이는) 아프가니스탄의 군벌이다.

슈퍼 히어로 영화이니 이렇듯 단순명료하지만, 영화 바깥에선 악한 힘들조차 스스로는 착한 힘이라고 믿는다는 게 현실이다. 이라크에 쳐들어간 미국도 스스로는 착한 힘이라고 믿었을 것 아닌가. <아이언맨>은 이런 현실에 대해 짐짓 자기반성적인 시늉을 한다. 제법 대견해 보이네, 싶다가도 결국 진정성은 빠져 있는 시늉이라 김 샌다. 하긴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오락영화가 재밌으면 그만 아니냐며 뻘소리 그만 하고 빨리 본론이나 말하라고 채근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본 자의 감상을 짧게 전한다. 재밌다. 4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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