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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지난 200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박 파야미의 이란 영화 <비밀 투표>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이란의 한 여성 선거 관리인이 섬마을을 찾아가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투표를 독려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투표'라는 민주주의적 절차가 낯선 주민들에게 애타는 눈빛으로 투표함을 내미는 선거 관리인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정치적 무관심은 고사하고 아예 정치적 '무지'의 상태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마을 촌장님 말고도 더 높은 나라의 일꾼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생경한 일이다. 게다가 그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 믿겨지지 않는 것이다. 선거 관리원은 그 모든 것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넘어서야 할 벽은 그뿐만은 아니다. 비밀이 없는 마을 공동체의 특성과 여성 차별적 전통 속에서 비밀 투표, 평등 투표의 원칙을 관철시키려는 그녀의 사투(?)는 처절하기만 하다.
 
총선 투표율이 하도 처연하다 보니, 영화 속에서 등장한 그 방법을 다음 선거에는 우리가 해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휴대용 이동 투표 장치를 선거 관리원이 가지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즉석으로 투표를 받는 것이다. 그 편이 투표권도 없는 이가 대다수인 '원더걸스'를 내세워 결과적으로 별로 설득력도 없는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안그래도 청년 실업이 문제이니 젊은이들을 대거 기용한다면 안될 일도 아니다.

투표하는 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대에겐 3만 원, 30대에겐 2만 원, 40대에겐 1만 원, 어르신들은 말 안해도 알아서 투표 하시니 공짜. 투표하고 돈도 버니 마다할 유권자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재원을 어디서 다 마련하냐고? 쓸데 없이 대운하 같은 거 안만들고 부자들한테 세금 제대로 걷으면 다 나온다.

요즘 너도 나도 휴대폰 안가지고 다니는 이들이 없으니 휴대폰으로 원격 투표를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편하게 투표하는 시스템도 고안할만 하다. 투표소 가는 게 귀찮아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투표 방식도 통신의 발달에 발맞춰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비밀 투표의 원칙을 거스를 위험이 있지만, 첨단 인증 방식을 개발해 낸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다. 오죽하면 이런 상상을 하겠는가. 그러나 자꾸 이렇게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국민 대다수의 요망을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하는 기득권 세력이 쉽게 권력을 잡게 되기 때문에 뻘소리 한번 해보는 것이다. 사실 '정치적 무기력'에 빠져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민주주의가 뭔지 전혀 모르는, <비밀투표>의 섬마을 주민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알고도 안하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과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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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희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표확인증을 복권화하면 좋을텐데, 제가 모르는 문제가 많은지 공론화조차 안되네요.

    6시 땡하면, 투표결과 동시에 당첨자를 발표하는 겁니다.

    이번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자 당첨자는 두두두두두두~

    경기도 일산 A1234567번 김아무개씨!

    로또보다는 취지가 더 좋을 것 같네요

    "

    그럼 20대 투표율 좀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2008.04.11 22:45
  2. BlogIcon Zzokpa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아이디어입니다만, 현 정부는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2008.04.12 12:12
    • BlogIcon cinemAgora  수정/삭제

      그 말씀이 정답이네요.^^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의 덕을 본 정부 여당이 시민의 참여를 달가워할 리 없겠죠.

      2008.04.12 12:28
  3. BlogIcon 깡깡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가산점제와 같은 투표가산점제는 어떨까요? 20대를 겨냥한것이라면 투표하고 확인증 받으면 입사지원서에 기재하는것...서류전형에서 효과 보겠는데요?ㅎㅎ취업전쟁이다보니...ㅉ 유쾌한 글 잘읽었습니다^^센스쟁이~

    2008.04.12 19:20
  4. BlogIcon DGDragon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나쁩니다. 모르면, 알게 되면 투표를 하리란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알면서 하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죠.

    2008.04.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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