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도 듣는 질문이 있다. "아기가 몇살이에요?" "애가 없는데요" 하면 후속 질문 역시 늘 똑같다. "왜 안가지세요?". 비교적 나이가 젊은 분들은 "그냥"이라는 대답에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일반화됐다. "아이는 가지세요. 얼마나 좋은데요." 정도의 멘트를 듣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엔, "네, 허허" 하고 말끝을 흐려 버림으로써 더 이상 그와 관련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표현이 그럭저럭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허나 나이를 조금 잡수신 분들이라면 어김 없이 훈시가 이어진다. "애는 가져야 해." "사람이 태어났으면 모름지기 2세를 가져야 해." "뭐가 부족해, 집 있겠다, 차 있겠다, 아이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지" 요즘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들까지 겹쳤다. "인구가 줄어든대,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아이는 낳아야 해." 바야흐로 사적 인생의 행로에 끼어든 이데올로기의 압박이다. 애 안 낳고 계속 살다간 매국노 취급 받는게 아닐까, 슬쩍 걱정이 앞선다.
처음엔 출산 파업이었다. 나는 호기롭게 말하고 다녔다. "국가가 무상 탁아시설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대학 등록금 무료 시책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아이는 없다"고. "나는 내 아이가 남을 밟고 일어서기 위해 새벽 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꼴은 절대 못본다"고. 국가 경쟁력 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집 출산 파업의 주창자인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건 인간밖에 없어. 전 지구가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 나라만 잘 살자고 인구를 늘리자고? 그런 반세계적인 발상이 어디 있어?"
인구가 줄어들면 인구 많은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렇다 한다면, 혈통주의와 단일민족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인종을 초월한 새로운 국가 공동체의 개념을 만드는 게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얘기들은 핑계다. 나는 그냥 나의 DNA를 세상에 남긴 채 죽고 싶지 않다. 나 죽은 뒤 어느 행성이 지구와 박치기를 한다거나, 강대국에 또라이 리더가 정권을 잡아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떡하겠는가. 타워 팰리슨지 타워 패니스인지 하는 부의 상징탑들이 우뚝 우뚝 솟은 한편에 거지가 득실대는 거리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내 아이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 속하게 된다면 어떡하겠는가. 이쪽이냐 저쪽이냐가 본인의 노력으로 다 되는 게 아닌 세상이 돼 버렸는데.
지금의 세상이 충분히 살만하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내가 사는 세상은 미래를 낙관하게 만들지 않는다. 고로 나의 DNA를 내 수준에서 중단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술이 좀 들어가면 약간 험한 단어들을 섞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이 엿같아서 아이를 안 낳아. 내 소중한 2세에게 당당히 보여주고 한번 살아봐라, 그렇게 자신할 수 없다면, 신도 아닌 내가 어찌 감히 새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겠어. 그건 죄악이야." 내겐 DNA를 남기지 않고 죽을 권리가 있다. 신도 양심이 있다면, 인간에게 그 정도 권리는 인정해야 한다.
허나 나이를 조금 잡수신 분들이라면 어김 없이 훈시가 이어진다. "애는 가져야 해." "사람이 태어났으면 모름지기 2세를 가져야 해." "뭐가 부족해, 집 있겠다, 차 있겠다, 아이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지" 요즘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들까지 겹쳤다. "인구가 줄어든대,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아이는 낳아야 해." 바야흐로 사적 인생의 행로에 끼어든 이데올로기의 압박이다. 애 안 낳고 계속 살다간 매국노 취급 받는게 아닐까, 슬쩍 걱정이 앞선다.
처음엔 출산 파업이었다. 나는 호기롭게 말하고 다녔다. "국가가 무상 탁아시설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대학 등록금 무료 시책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아이는 없다"고. "나는 내 아이가 남을 밟고 일어서기 위해 새벽 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꼴은 절대 못본다"고. 국가 경쟁력 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집 출산 파업의 주창자인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건 인간밖에 없어. 전 지구가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 나라만 잘 살자고 인구를 늘리자고? 그런 반세계적인 발상이 어디 있어?"
인구가 줄어들면 인구 많은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렇다 한다면, 혈통주의와 단일민족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인종을 초월한 새로운 국가 공동체의 개념을 만드는 게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얘기들은 핑계다. 나는 그냥 나의 DNA를 세상에 남긴 채 죽고 싶지 않다. 나 죽은 뒤 어느 행성이 지구와 박치기를 한다거나, 강대국에 또라이 리더가 정권을 잡아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떡하겠는가. 타워 팰리슨지 타워 패니스인지 하는 부의 상징탑들이 우뚝 우뚝 솟은 한편에 거지가 득실대는 거리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내 아이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 속하게 된다면 어떡하겠는가. 이쪽이냐 저쪽이냐가 본인의 노력으로 다 되는 게 아닌 세상이 돼 버렸는데.
지금의 세상이 충분히 살만하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내가 사는 세상은 미래를 낙관하게 만들지 않는다. 고로 나의 DNA를 내 수준에서 중단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술이 좀 들어가면 약간 험한 단어들을 섞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이 엿같아서 아이를 안 낳아. 내 소중한 2세에게 당당히 보여주고 한번 살아봐라, 그렇게 자신할 수 없다면, 신도 아닌 내가 어찌 감히 새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겠어. 그건 죄악이야." 내겐 DNA를 남기지 않고 죽을 권리가 있다. 신도 양심이 있다면, 인간에게 그 정도 권리는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