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릴러와 중국 무협이 쌍두마차로 나섰지만 극장가 경기가 쉽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수창 감독의 <GP 506>과 유덕화,홍금보,매기 큐 등이 내한 홍보까지 펼친 <삼국지: 용의 부활>이 나란히 개봉한 지난 주말, 서울의 총 관객수는 오히려 한 주 전보다 1% 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영화가 잘됐다는 것은, 두 영화'만' 잘됐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GP 506>은 <추격자>로 잔뜩 부풀려진 한국형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알포인트>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공수창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프리미엄을 누렸다. 전국 369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마음 먹고 벌려준 쇼박스의 배급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보다시피 폭발적인 오프닝은 못된다. 이후의 입소문 향방이 롱런 여부를 결정 짓겠지만, <추격자>로 한껏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살짝 실망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게 사실인만큼, 필자는 <GP 506>의 흥행 전망을 낙관하진 못한다. 이거, 잔칫집에 재 뿌리는 말인가?
뿌린 김에 한번 더 뿌리자. '낙관적이지 않다'라는 표현은 <삼국지: 용의 부활>에도 해당 사항 된다. '모르면 간첩'인 동양의 고전 '삼국지'를 토대로 삼은 이 영화는, 조자룡을 전면에 내세우는 독특한 선택을 하긴 했으나 기존에 봐오던 무협 블록버스터를 뛰어 넘을만한 새로운 스펙터클과 이야기를 선보이는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그러므로 대박은 언감생심일 듯.
<천일의 스캔들>이 상위권에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야말로 조금씩 꾸준히다. 앞서 <10,000 BC>와 <숙명>의 곤두박질 급락세를 <어웨이크>도 빠질새라 뒤따랐다. 별로 따르고 싶지 않은 선례였겠지만, 어쩌랴. 관객들이 그만큼 냉정한 것을.
<추격자>, 비수기 관객 가뭄 때문에 500만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었는데, 그 전망 곧 수정해야 할 판이다. 스리슬쩍 500만 코앞에 와 있다. 500만이라는 상징성이 큰만큼, 사력을 다해 뒷심 질주 중이다.
새로 개봉한 귀여니 원작의 한국 멜로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죽을 몇 그릇 쑤었다. 트렌디 멜로라면 말 그대로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법. 귀여니 원작 소설에 장근석 정도면 먹힐 것이라는 나이브한 기획은 결과적으로 '두 훈남 사이에서 고민하는 호강에 겨운 평범녀'라는, 동어 반복의 한참 낡은 영화로 보이게 하는 패착이 됐다. 흥행도 딱 그만큼이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는 정부의 민간 의료보험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인터넷 공간에서 적지 않은 화제가 됐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전국을 통틀어 오롯이 1만 명을 모았다. 뜨거운 담론과 차가운 현실의 간극이다.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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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GP 506 쇼박스 104,040 393,900
2위 삼국지 : 용의부활 SKT 102,750 367,790
3위 천일의 스캔들 UPI 36,000 558,000
4위 어웨이크 프라임 32,080 423,550
5위 추격자 쇼박스 26,390 4,915,180
6위 스텝업2 - 더 스트리트 스튜디오2.0 18,740 1,005,610
7위 도레미파솔라시도 시네마서비스 17,250 89,760
8위 댄인러브 CJ 16,000 157,000
9위 숙명 CJ 8,000 846,000
10위 식코 스폰지 4,800 10,06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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