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기도 겁나는 세상

별별 이야기 2008. 4. 2. 21:42 Posted by cinemAgora
세상이 스릴러다. <세븐데이즈>와 <추격자> 같은 영화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뉴스에선 연일 흉포한 사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일가족이 비명횡사하고 초등학생들이 납치돼 잔혹하게 살해당하는가 하면, 또 다른 초등학생은 집 앞에서 생면부지의 어른에게 폭행 당했다. 이런 세상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일상적인 공포를 느끼며 살 수밖에 없다. 언제 무차별적이고도 불특정적인 폭력과 범죄의 대상이 될지 모를 일이다.

안전을 보장 받지 못한 채 일상의 언저리에 공포가 잠복해 있다는 사실은 삶 자체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 사건을 접한 3M흥업의 방문자 한 분이 이런 불안감을 성토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성 관련 범죄에 대한 법적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글이다. 3M흥업은 그의 발언에 깊이 공감한다. 글쓴 이의 허락을 얻어 해당 글을 포스트로 발행하는 이유다.

※원문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교정을 가했음을 밝힙니다.



오랜만에 글을 남기네요. 사실 어찌보면 여기 3M흥업과 안 맞는 이야기를 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며칠전 뉴스를 보고 나면서부터 생긴 한쪽 가슴에 이 답답함을 어찌 풀어야 할까요.

며칠전 일산초등생납치미수사건을 MBC뉴스를 통해 보게 되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여동생과 조카를 돌보면서 일상을 보내던 차에 그 뉴스를 보게 되었고 저와 제 여동생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적나라하게 그대로 다 내보여준 영상에 소름이 끼쳐 온 몸에 닭살이 돋았을 정도니까요. 그 어린 아이를 발로 차고 손으로 때리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그 몇 분 안되는 순간이 제 뇌리에 박혀 그 날 밤 잠을 못 이루었다면 오버한다고 생각들 하실런지. 자연스레 이제 돌도 안 지난 제 어린 조카를 쳐다보게 되었고 제 여동생은 딸을 꼬옥 껴안기만 했습니다.

전 아직 미혼입니다. 꽉찬 미혼이요. 올해 결혼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전 아이를 무척 좋아해요. 지금의 조카도 너무나 사랑하구요. 겁이 납니다. 결혼하면 노산이더라도 아기를 낳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많은데 그 광경을 여과없이 보고 난 뒤론 겁이 납니다. 결혼해서 예쁜 아기를 낳고 살면서 힘든 일고 있고 좋은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기들 만큼은 별 탈없이 키우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심정일 것인데 결혼해서 아가를 낳아도 어떻게 키우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이 그 범인은 잡혔고 그에 달린 부수적인 기사들이 절 더 기가 막히게 했지요. 경찰의 연락을 기다렸다던 그 여자아이를 구해낸 용감한 여대생...그 여대생이 목격자가 필요할 것 같아 연락할 줄 알았는데 연락이 없었다더니 경찰들 인터뷰 때는 목격자가 없었다고 인터뷰 하더군요. 그 범인을 잡고 나니 벌써 10년이나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인데다가 작년부터 시행되었던 성범죄자 명단에 기록도 없다고 합니다. 시행되었던 해부터의 범죄자만 올린다라나 뭐라나. 이제서야 '혜진,예슬법'을 만든다면서 13세 미만 아동에게 폭력, 성폭력 행사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벌하기로, 가석방도 없이 하겠다던데 13세 미만 차등을 둘 필요가 없는 범죄 아닐까요.

다른 나라도 나름 문제들이 있겠지만 한국은 특히 성에 관한 한 법률에 대해선 왜 그리도 관대한지요. 요즘은 티비 보기가 싫습니다. 한때 시사에 관심이 많아 시사프로그램은 거의 빼놓지 않고 보던 저였지만 요즘은 그냥 보기가 싫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오고 그냥 온통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믿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물건 하나 사기도 힘듭니다.

예전엔 일때문에 밤늦게 퇴근해도 사실 그리 겁을 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점점 저 조차도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들어오는 길에 왠 남성분과 단둘이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오기만 해도 전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되더군요. 결국 알고 보면 저와 같은 동 같은 층에 사는 이웃 분인데도 말이죠.

어찌해야할까요. 37년이란 세월을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봐왔고 여러 사건 사고도 있었지만 지금만큼 심각하게 마음이 심란해본 적도 없는 듯합니다. 'PD수첩' '추척 60분' 등을 보면 화가 나고 '100분토론'을 보면 답답하고 , '불만제로', '소비자고발'을 보면 아무것도 먹고싶지도 않고 사고 싶지도 않습니다. 되려 어떨 땐 일부러 보지 않을 때도 있어요.

오늘 뉴스를 보면서 계속 심란한 마음의 연속입니다.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세상사들...험악해지는 범죄들...사실 분명 곳곳에 좋은 분들도 많고 좋은 일들도 많을텐데 그건 왠지 점점 우리 시야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제가 안 좋은것만 보려 해서일까요? 그런거 같지 않은데...

뉴스를 두가지로 하면 어떨까요. 하나는 사건사고 뉴스, 하나는 미담이나 좋은 일들에 대한 뉴스. 그럼 좀 위로가 될 듯한데...

글쓴이: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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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쥐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부 지방이 단순히 윗몸일으키기한다고 빠지는게 아니듯, 출산률이 줄어가는것도 출산 지원금 따위가 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교육이며 육아며 심지어는 안전까지도 내핏줄을 이세상에 내놓고는 안심할수 없겠다는 생각에 애 낳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 가네요. 제가 처음으로 접했던 대한민국의 존속 살인 뉴스는 거의 삼풍정도의 임팩트로 근 한달 가까이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었었는데 지금은 경쟁이라도 하듯 발생하는 사건들로 그 피해자들이 입에 오르 내릴 시간마저 짧아지게 만드는군요.

    2008.04.02 23:54
  2. 날라리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하고, 아이를 셋 이상 더 낳으면 뭔가뭔가 혜택을 준다고 하고... 역시나 무자식이 상팔자다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지 싶어요. 아이와 여성에 대한 엄격한 보호와 법률, 장애우에 대한 배려... 미쿡, 살기 싫어 나왔지만 다시 살러 가고 싶어 집니다.

    2008.04.03 10:05
  3. 그림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국민이 분개하는 이 시간동안에만 여론에 좋은 모습 보일려고 하는거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남대문때도 그랬고,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질 것이며, 그렇게 난리부리던 정부도 금방 옛날의 관행을 계속 따라가기만 할 거라는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안전불감증,,,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를 탓해야 할까요 아니면 반성하지 않는 정부를 탓해야 할까요.. 이 사건도 금방 잊혀지고 우리는 또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2008.04.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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