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에로스에 연민이 실리면, 제도의 벽을 뚫어 버리기 일쑤다. 제도 뿐이랴, 눈 색깔도 계급도 무가치해지는, 희열과 고통이 중첩된 세계로 날아오르게 돼 있다고, 김진아가 뉴욕을 무대로 창조한 두 남녀가 증명한다.
한국인 불법체류자 김지하(하정우)보다 파란 눈의 뉴욕 상류층 소피(베라 파미가)에 더 크게 실려 있는 감독의 애착으로 보건대, 이 영화는 멜로이자 감독의 전작 <그 집 앞>에 이어 여성적 본능의 어떤 지점을 고찰하는 성장 영화로도 보인다.
그런데 <그 집 앞>에 비해 관객과의 소통을 크게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이번 영화는, 별반 새롭지 않은 치정 드라마의 얼개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상적인 클로즈업과 장면에 휘감기는 매력적인 음악(마이클 니만)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그 힘은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이라기 보다 정서의 흐름을 지휘하는 감독 김진아의 연출력에 기댄 바 크다.
세련된 사랑 영화이며 성숙한 여성 영화이다. 재미 있다. 무엇보다 여운이 짙게 오래 남을 것 같다. 투썸업!
덧붙임) 멜로 영화는 무조건 눈물을 흘리게 해줘야 한다든가, 해피 엔드 또는 이별의 이분법이 아니면 안된다고 믿으시는 분들에겐 권해드리지 않는다. <사랑하니까 괜찮아>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영화를 감동적으로 보신 분들에게도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다. 삶과 사랑이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단순한 것이라는 것을 직관하는 결혼 5~6년차 여성분들에게 강추! (하정우의 벗은 엉덩이를 보고 싶은 여성분들에게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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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