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나는 해마다 5월 18일에는 항상 광주 망월동 묘역에 있었다. 지금은 국립묘지가
되어 육중한 대리석으로 치장된 국립묘지로 바뀌고, 힘깨나 쓴다는, 혹은, 힘 좀 쓰고 싶다는 인간들이 짐짓 숙연한 척, 폼 잡고 사진 찍는 곳으로 변해 버린 그곳.
하지만, 내가 다니던 망월묘역은 나지막한 언덕에, 백여 개의 묘가 다닥다닥 붙어있던 구묘역이다. 지금도 가끔 본의 아니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젊은 피를 주체하지 못하던 그때를...
아마도 그 이름도 유명한 '쌍팔년도' 5월이였을 게다. 광주 금남로 어디쯤에서 철근을 들고 뛰어다니다가 칠칠맞게도 대열에서 떨어진 나는, 군중 속에 숨어있던 '백골단'이라 불리던 '짭새들'에게 잡히고 만다. '짭새'가 몇 마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전혀 모른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그들에게 목덜미를 잡혀,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거꾸러진 채, 한동안 먼지나게 얻어 터지며, 내 몸을 짖밟는 운동화와 군화발만 쳐다 봤으니까. 한참을 맞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뒷머리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더군. 아..c- bar...
그 넘들 덕분에 내 뒷머리에는 길쭉한 '땜통'이 생겼다. 보통은 잊고 사는데, 가끔, 단골 미용사가 바뀔 때면, 상당히 당혹스러워 진다.
미용사 : 어쩌다 다치셨어요? (속마음 - 칠칠맞기는...이거 안보이게 깎아야 되나? )
나 : 그게... 저... (속마음- 너, 내가 그 쌍꺼풀, 언제 수술했냐고 물어보면 기분 좋겠냐? )
미용사 : 흉터 안보이게 잘 깎아드릴께요. 호호호~ (아...씨...고생 좀 하겠네.)
나 : 네...잘 좀... ( 다음에 또 물어보면, 다신 안 와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