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만큼 괜히 핫해 보이는 엔터테인먼트계의 키워드도 없을 것이다. 유명 여배우가 변신하면 '그냥' '알아서' '자연스레' 화제가 된다. 일찌기 전도연이 <해피 엔드>의 불륜녀로 변신했을 때는 언론의 호들갑이 뒤따랐고, 문근영이 <사랑 따윈 필요 없어>로 처음 성인 연기에 도전했을 때도 호사가들의 입방아로 장안이 시끄러웠으며, 김혜수가 <타짜>에서 전라 뒤태를 과감히 노출하며 농염한 팜므 파탈 연기를 선보였을 때는 술자리의 뭇 남성들이 거품 물고 머리털을 쥐어 뜯을 정도였다.
그러나 변신이 낳는 화제가 곧 흥행으로 직결되거나 여배우의 앞날에 장미꽃을 뿌려 주는 결과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아다시피 전도연은 <해피 엔드> 출연 이후 CF 출연이 뚝 끊겼으며 문근영은 그녀를 영원한 롤리타로 간직하고픈 '아자씨'들의 배신감과 소녀들의 냉소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러니 김혜수의 변신이 거둔 대성공은 차라리 기적에 가까웠던 것이다. 모름지기 여배우란 이미지의 감옥에 굳건하게 갇혀 살아야 하는 한국의 쇼비즈니스 환경에서 그들의 변신이란, 현실적으로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
한마디로 이번에 손예진은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되 결코 위험한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어쩌면 선배 여배우들이 걸어온 길을 반쯤만 닮고 나머지 반은 타산지석으로 삼은 결과로 보인다. 퇴로를 보장 받은 채 비교적 안전한 영역까지만 변신했다는 것, 과연 영리한 선택이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관객 입장에서는 감질만 난다.
어쨌든 손예진의 시도 그 자체에는 박수를 쳐줄만 하다. 그러나 나는 주문하고 싶다. 다음엔 좀 더 과감하게 망가져 달라고. 더 과감하게 본인의 욕망 뿐 아니라 영화 매체에 대한 관객들의 욕망에도 부응해 달라고. 그래야 당신을 겹겹이 싸고 있는 이미지의 감옥에서 탈출해 진정한 배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려면 조금 더 이 세계에서 버티고 살아 남아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