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ESKI, MARTIN & WOOD
(Jacosmile's music collection 2)
삶이란 가끔 엿같을 때가 있다. 완벽했던 계획은 빠그러지고, 사랑했던 연인은 등을 보인다.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떼어 먹은 채 20년 지기 친구는 잠수를 탄다. 이 쯤되면 철학이 생기든, 욕이 늘든 둘 중의 하나다.
인생이 신의 놀음처럼 뒤죽박죽으로 꼬여들어간 날엔 어김없이 음악을 찾는다. CD에 담긴 음악은 언제나 똑같은 리듬과 멜로디로 무한반복되며 예측 가능한 꼭 그만큼의 움직임으로 고막에 빠져 들어 온다. CD 표면에 천재지변같은 스크래치만 생기지 않았다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효기간만 지나지 않았다면 언제 밀봉을 제거한다고 해도 똑같은 맛을 선보이는 통조림 같은 것이다.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의 음악은 엿같은 삶을 닮아 있다. 피아노, 베이스 그리고 퍼커션을 축으로 마치 서로에게 욱박지르고 싸움을 걸듯 격렬하게 진행되는 이들의 연주는 고집불통에 예측 불가이며 고약한 신경질을 담고 있는 삶의 은유같다. 재즈를 배경으로 소울, 펑크, 힙합,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자유롭게 변주해내며 좌충우돌의 삶에 슬쩍 말을 걸어온다.
"단순한 삶따윈 지루하지 않을까? 그냥 프랙탈을 즐겨 보자구."
'90년대 초반 결성되어 지금까지 가장 진보적인 재즈 트리오로 평가 받는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의 2004년 발표 앨범 [End of the world party]는 단연 필청의 음반이다. 묵시론적인 음울한 멜로디에 세션으로 참여한 마크 리봇의 일렉트릭 기타와 존 킹의 샘플링 사운드가 매혹적으로 담겨 있다.
앨범의 수록곡 중 가장 즐겨 듣는 <Mami Gato>는 '70년대 애시드 재즈나 랄로 쉬프린의 자글거리는 score를 듣는 듯한 흥분이 담겨 있다. 물론 끊임없이 변주되는 삶과 흡사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음도 즐겨찾기의 이유임은 부인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