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쌈박질 연애 시대?

영화 이야기 2007.12.07 11:36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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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이야 칼로 물배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이혼 커플은 칼로 물만 배지 않는다. 진짜 서로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더 이상 부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피트와 졸리처럼, 그들 역시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상민(설경구)과 공예 미술가 진아(김태희)는 방금 이혼했다. 요즘 젊디 젊은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니 나름 현실성 있는 설정이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 상민은 결벽증이 심하고, 진아는 자존심이 무한수열이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그 정도 성격 차이 하나 극복 못하고 틈만 나면 티격태격이다. 헤어지고서도 싸울 건더기를 찾아내고 싸우고 또 싸운다. 급기야 목숨을 담보로 한 자동차 추격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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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짐작하신대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다. 홍보 마케터는 그 앞에 '하드보일드'라는 말을 추가했지만, 나는 그 말 대신 '오버 액션'이라는 말을 쓰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오버 액션 로맨틱 코미디.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다.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와 설정 모두 오버 액션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게 큰 오점은 아니니까. 처음엔 살짝 적응이 안되더라도, 영화를 30분 정도 보고 있으면, 관객에 따라선 악쓰고 때리고 쫓고 도망치는, 사도 마조히즘적 이혼 부부의 사활을 건 결투를 나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 드라마 <연애 시대>로 주가를 올린 바 있는 한지승 감독은 이혼 커플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영화라는 매체적 특성에 걸맞게 조금 더 극단적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보인다. 설정 자체의 독창성엔, 그러므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겠다. 게다가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별과 다툼, 그리고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의 비약이 일반적인 허용치 이상이다(물론 등장인물들이 아직 어른이 안된 애들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럴거면 차라리 액션 누아르를 넘어 SF로 가버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비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는 것이 끝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니 영화는 관객의 넓은 아량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여보시게들, 이건 영화야. 게다가 김태희의 저 사랑스러운 악쓰기가 키포인트라고! 김태희의 저런 표정, CF에서도 못본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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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를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내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고결하며 착하디 착한 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해 그 난리 부르스 액션 누아르를 통과해야 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김 새는 일이다. 그 똑똑한 친구들이 왜 그 무식한 짓거리를 한 뒤에야 그 지당한 이치를 깨닫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설경구와 김태희가 치고 박고 싸우는 볼거리(그렇다. 이건 볼거리다. 한지승 감독도 둘의 싸움을 은근한 관음증적 시선으로 바라볼 관객을 위해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를 위해 비약이나 과장 쯤은 용서할 수밖에. 어차피 오버 액션 코미디다. 좀 있으면 세상이 오버 액션하는 크리스마스 아닌가.

2007/12/05 - [씨네파파라치] 신작 찔러보기 - 낚일까? 말까?

<싸움>은 상민과 진아가 벌여온 수 많은 다툼과 화해의 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어느 넓은 쇼핑몰 광장에서 '그러게 왜 헤어지자고 한거야!' "내가 언제 그랬어!' 악을 쓰던 둘은 결국 "우리 헤어질거면 같이 죽자"며 눈물의 포옹을 한다. 그러자 길 가던 사람들이 둘을 둘러싼다. 박수가 쏟아지고 누군가는 그들을 디카로 찍는다(왜 찍을까? 당신도 길거리에서 싸우다 화해하는 커플 보면 디카로 찍으시나?).

예컨대 이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미국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써먹는(그것도 예전에 쓰고 요즘엔 거의 폐기처분한)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감독은 두 사람의 캐릭터 묘사를 위해 배경을 대충 처리해 버리는데, 오히려 이 지점에서 배경의 반전을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두 사람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재치 어린 관점을 관객에게 슬쩍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나이대가 다른 두 쌍의 행인이 쓰윽 지나가면서 이런 말을 던지게 했을 것이다. 중년 커플, "꼴값떨고 있네, 요즘 것들은 연애도 참 지랄나게 해." 젊은 여성 두명, "어머, 쟤들 지대로 재수다~" 그리고 오프닝 타이틀이 뜬다. 이제부터 우리는 앞선 두 행인의 냉소적 관점을 슬쩍 차용한 상태에서 '꼴값 떠는 지대로 재수 커플의 지랄 액션 어드벤처'를 '쟤들 왜 저럴까?'라는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 연애란 원래 저렇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찧고 까부는 일이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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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uvisor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아직까지 김태희의 연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

    2007.12.07 15:10 신고
    • cinemAgora  수정/삭제

      <중천>보다는 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2007.12.07 16:14
  2.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태희 연기 잘하던데요? 시사회 보고 왔어요 .....

    2007.12.07 15:58
  3. 쿨핫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내용보다.. "세상이 오버하는 크리스마스"에 시선이 가는건 왜일까요.. ^^;;;

    2007.12.07 16:29
  4. 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설경구와 김태희가 나이차도 많고, 너무 안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보고싶지않습니다. 도무지 저들이 어떻게 부부란 그림으로 엮이는지 참..

    2007.12.07 18:05
  5. 설경구씨랑은 ;;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빠나 삼촌역으로 나와도 무리가 없을꺼 같아요 ;;

    2007.12.07 18:27
  6. BlogIcon 스크루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태희씨 이번에 작심한거 같은대 안타깝네요 ㅋ;;
    체험삶의현장에 별의별 오지의 TV프로 출현하면서 이미지쌓으시던대..

    설경구 주연에 한지승감독이라 "이번에 좀 되나?" 했는대 이번에도 "아직은..." 인가요 ㅎㅎ

    2007.12.07 18:32
    • BlogIcon 후니  수정/삭제

      이번에 김태희씨가 이미지 변신하려고 많이 애를 쓰는듯 하네요... 체험삶에 현장에, 개콘에...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걸까요?

      2007.12.08 21:39
  7. BlogIcon Luric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이 오버하는 크리스마스...
    적어도 15년전쯤에는 저만의 애틋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정말 오버하는 걸로밖에 안느껴집니다. ㅠ ㅠ 슬프군요.

    2007.12.07 21:29
  8. L.shady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나가 역시나로..ㅋ 글 잘 보았습니다^^

    2007.12.08 01:36
  9. jina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버 액션이라....
    전 이영화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요.
    역시 남자와 여자가 영화를 보는 시선역시 다른건가요?
    여자인 저는 "사과해"라는 무섭도록 차가운 김태희의 대사가 "나를 위해 한번만 포기줘, 이해해줘, 감싸줘..."라고 들렸습니다.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불이나 엉망이 된 공방안에서 김태희가 이렇게 말하죠
    "내가 잘못한거 아니게... 한번만 미안하다고 해줘"

    오버된 싸움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정말 이해하기 힘든 과정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대로 섬세한 여자와 터프한 남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개인적으로 김태희의 연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가발을 뒤집어 쓰고 앉아 펑펑 울던 장면은 아주 공감이 가던데요?
    어떤 모습을 해도 예쁘다는게 흠이였지만요.

    2007.12.0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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