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도연에 관한 나의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인터넷 매체 기자의 표현)가 됐단다. 덕분에, 오픈 한 지, 겨우 열흘을 넘긴 이 블로그는 그날 하루에만 방문자 1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세상에...
그러나, 나는 별로 기쁘지 않다. 아니, 당혹스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마치, 교실에서 친구에게 수줍게 내민 일기장을 누군가 낚아 채, 큰 목소리로 줄줄 읽어 버렸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랄까.
나 자신이 언론인이며, 지난 12년간 방송은 물론, 온갖 신문과 잡지를 통해, 말을 하고, 글을 써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내 글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인터넷 문화가 점점 더 무서워지더라.
'뉴스엔' 이라는 인터넷 매체는 '전도연 데뷔초 종합병원 출연 당시 신입PD 회고록 화제' 라는 기사를 포털사이트에 올리고, 누군가는 나의 글을 마치 자신의 글 인양 포장해, '낚시질'을 하시더라. 사실, 이 블로그는 오픈 블로그를 표방했으니, 이곳에 올려진 글은 당사자들의 허락없이 마음대로 퍼가도 괜찮다. 출처 표기만 해준다면야...
그러나, '뉴스엔'의 기사 만큼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뉴스엔' 기자는 글을 쓴 내게 그 어떤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언론인으로서, 나는 취재의 제1원칙이 '사실 확인'이라고 배웠다. 물론, 그 글은 내가 쓴 글이 맞고, 내용 역시,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임이 분명하니, 겉으로 보기에 '뉴스엔'의 기사는 '사실'에 근거한 기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 그 글이 나를 사칭한 누군가에 의해 쓰여졌다면? 내용 역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가공된 글이라면? 역사에 '만약'을 붙이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해도,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인의 기본 소양을 무시한 인터넷 매체의 '글'쓰기(기사의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기사가 아니라 그냥 '글'이다)'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들의 취재 원칙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속보성과 화제성'인 모양이다.
모 광고의 카피처럼, 인터넷은 필연적으로 '스피드'가 생명인 공간이다. 나 역시, 이 점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을 망각한 '속도'는 필연적으로 '사고'를 부른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는 바로 그 '속도' 때문에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