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술 부문의 시상 대목에선 대리 수상이 너무 잦아 보는 이까지 낯이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영화인들이, 특히 현장의 스탭들이 이 행사를 감독과 배우들만을 위한 대 언론 퍼포먼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행사의 미숙한 진행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따로 거론하기도 입 아픈 일이고, 명색이 한 해 동안의 한국영화계를 정리하는 이 자리는, 후보작 선정부터 대중 상업영화만을 위한 잔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출품이 안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겠지만, 왜 이런 영화들이 영화상 시상식을 남의 집 잔치로 생각하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방송국 이벤트라는 한계 때문에, 시상 결과 역시 흥행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영화인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룡영화상은 이미 시장에서 최고 흥행을 세운 걸 만인이 알고 있는 작품에게 굳이 '최다 관객상'을 건네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준다.
시상 결과 역시, 나눠 먹기나 안배의 흔적이 엿보인다. <밀양>이 출품을 거부한 지난 달의 청룡영화상의 경우,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에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몰아준 바 있다. 거꾸로 <밀양>이 4개의 상을 싹쓸이한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우아한 세계>는 단 한개 부문(남우주연상)의 후보에 올랐을 뿐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시상식마다 심사 기준이나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다른 결과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저 시상식에서 걸작이 이 시상식에선 범작 취급을 받는 걸 보면서, 시상식의 권위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접 나서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의 영화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지금까지 제기된 영화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소하고, 대중 상업영화부터 저예산 독립영화까지 한국영화계 전반을 아우르며 제대로 된 권위의 영화상을 만들만한 주체는, 지금으로선 공적 성격의 영화계 대의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영진위가 영화상 시상식의 후원을 맡는데 만족한 채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계 잔치를 방송국과 신문사가 대신 하고 있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