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얼 서스펙트> 브라이언 싱어, 1995 <마이클 클레이튼> 토니 길로이, 2007 <닉슨> 올리버스톤, 1996
사람들이 반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예상대로 흐르는 이야기가 지루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삶은,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돌발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을 직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전이 지금의 상황을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놓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혹은 거꾸로 반전에 의해 상황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급회전하게 되더라도, 그 또한 삶의 단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영역에서 불행의 반전은 행복이고, 가난의 반전은 부의 획득이며, 사랑의 반전은 이별이 될 것이다. 불합리한 세상에 구역질이 난다면, 우리는 좀더 거시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부정 부패의 반전은 정의와 양심이며, 독재의 반전은 민주주의이고, 분단의 반전은 통일이다.
그런데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드라마틱한 반전의 미학을 굳이 영화에서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세상이 온통 반전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대선이 결말 직전, 즉 절정에 이르면서 'BBK 주가 조작 사건 수사 발표'라는 의미심장한 반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쪽에선 싱거운 반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한편, 또 한쪽에선 그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초강력 반전이 되기를 노골적으로 고대하고 있다. 기대와 결과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반전의 효과는 증대될 게 분명하다. 감독을 맡은 검찰이 어떤 반전을 준비했을까, 숨이 꼴깍 넘어간다. 계약서와 도장이라는 '복선'이 이 반전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조마조마해진다.
아무래도 지난 2002년부터 대한민국 대선은 반전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역전의 드라마를 함께 선사하겠다는, 위정자들의 엔터테이너적 발상이 이토록 가상한데, 누가 이번 대선을 재미 없다 나불대는가.
이 흥미로운 반전 스릴러의 최종 결말은 12월 19일 알 수 있다. 다만, 유권자들이 그 순간의 반전을 연출할 '감독'이 될지, 결말을 관조할 '관객'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최고의 반전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