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지 않은 '아저씨 증후군' 톱10

별별 이야기 2007. 11. 28. 20:48 Posted by cinemAgora
한국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어감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줌마'가 아닐까 싶다. 아줌마가 어때서?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상하게도 아줌마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될 때가 많다. 억척성과 천연덕스러움, 또는 매너 상실이라는 요소로 아줌마들을 특징화하고 조롱하는 농담들까지 떠돌 지경이다. TV매체들은 안그런 척 하면서 그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아줌마 보다 아저씨들이 더 심각하다. 더더욱 내 자신이 내일 모레 불혹을 앞둔 입장에서, 내게 아저씨들의 '안습 백태'는 일상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나 역시 아저씨가 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죽어도 닮고 싶지 않은, 나름대로 생활 속에서 체득한 아저씨 증후군 톱10을 뽑아봤다.


1. 식당이나 서비스 업소 종업원에게는 일단 반말을 한다.
-->여자 종업원한테는 무조건 '언니'라고 부른다.

2 .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맨손으로 골프 스윙 폼을 연습한다.
 -->특히 사우나에서 벌거 벗은 채 하는 스윙은 가관이다.

3. 전철에서 '쩍벌' 다리로 수컷 본능에 충실하게 '나와바리'를 확보한다.
 -->가운데를 막대기로 팍 찔러 버리고 싶다.

4. 술자리에서 폭탄주 돌릴 때만 남녀 평등을 부르짖는다.
-->요즘 남자보다 술 센 여성들 많다. 그러다 큰 코 다친다.

5. 두번 이상 술자리를 하면 형 아우 하자고 한다.
-->사돈에 팔촌 건너 건너까지 연결시켜서 필사적으로 인맥을 확보한다.

6. 운전석에만 앉으면 전투적이 돼 '개새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본인도 가끔 개처럼 운전하면서.

7. 운동할 때 반바지 차림에 종아리까지 바짝 올린 검은 양말을 신는다.
-->운동복 상의를 하의 안에 넣어 안그래도 나온 배를 팽팽하게 과시하기도 한다.

8. '누가 뭐래도 박정희 때가 좋았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에 끌려가서 한 일주일 고문 당하고 나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9. 휴대폰을 무전기로 착각하고 큰 소리로 통화한다.
-->내 경험상 휴대폰 매너는 중년 아저씨들이 가장 없다.
 
10. 신문에서 읽은 지식이 꺼낼 수 있는 화제의 전부다.
--> 처세술이나 재테크 관련 서적 한 두권이 연간 독서량의 전부다. 

#Bonus. 내 직업이 영화 기자라고 하면 박철과 옥소리 사건의 진실이 뭐냐고 묻는다.
-->나 연예 기자 아니거든요?!

내가 사는 집에서 한 20분 걸어가면 늘 단골집처럼 드나드는 포장마차가 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가 운영하는 집이다. 이집 아저씨는 진국이다. 깡 마른 체구에 단골 손님이 와도 립서비스용 친절을 부릴 줄 모르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분이지만 가끔 사람 좋게 넉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인간성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아무리 포장마차라 해도 휘뚜루마뚜루 안주를 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가장 신선한 재료를 적당한 양만 들여와 정성스레 손질을 한다. 그래서 늦게 가면 안주들이 동나기 일쑤다. 싱싱한 생선을 세심하게 다루는 아저씨의 칼질은 <식객> 저리가라다. 대신 안주가 무척 더디게 나온다는 단점만 참을 수 있다면, 그 집 회맛은 왠만한 일식집이 무색할 정도로 맛있는데다 가격도 경제적이다. 이를테면, 그는 내가 닮고 싶은 아저씨 가운데 한 분이다. 나대지 않고도 최상의 결과물로 실력을 증명하는 것. 설레발치지 않고도 사람을 끌어 들이는 넉넉한 품성. 그가 얼마전에 '생존권 사수'라는 글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장사를 하시길래,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을 통과하고 계신가 했는데, 결국 한동안 포장마차가 서지 않았다. 보름 가까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그 주변을 기웃댔다. 며칠전 포장마차가 다시 섰다. 예의 환하고도 수줍은 얼굴의 아저씨가 열심히 횟감을 다듬고 있었다.  넙죽 들어가 생굴 무침에 소주 한 병 비우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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