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를 보고 부시를 떠올리다

영화 이야기 2007. 11. 18. 01:09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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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민감 체질의 독자들에겐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의 영화 마케팅은 확실히 문제가 많다. 뻥튀기야 광고의 속성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필수 정보를 숨기는 경우라면, 그건 부도덕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믿는다. 하물며 영화다. 영화를 팔면서 관객들을 속이는 것은 양심 문제다. 돈이 좋다지만 그렇게까지 장사하면 욕 먹는다. 게다가 그건 관객 이전에 영화를 모욕하는 짓이다.

<베오울프>의 광고나 포스터에는 이 작품이 3D 퍼포먼스 캡처 영화라는 표시가 없다. 다른 정보를 통해서도 이 작품이 CG가 많이 포함된 실사 영화로 오인될 여지는 적지 않았다.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홍보면에선 오히려 불리한 정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실사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선택한 많은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당혹감이나 장르적 위화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실제로 이 영화의 네티즌 리뷰는 실사로 알고 봤다가 애니메이션이라서 실망했다는 불만들 투성이다. 그래서 평점도 바닥권이다(그러므로 요즘 인터넷 평점은 거의 마케팅 방법론에 대한 평점이나 다름 없다). 이래서야 영화의 진면목이 제대로 공유될 수 없다. 편견과 배신감이 영화를 압도하는 현상의 대부분은, 마케터들이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영화 마케터들이여, 제발 푼돈 벌자고 영화를 모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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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천박한 유통 논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에 정당한 가치 부여를 하는 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베오울프>는 놀라운 영화다. 퍼포먼스 캡처 기술의 진일보에 대해선 이미 익스트림 무비가 자세히 논한 바 있으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나는, 비단 표현력의 진화만이 이 영화에 쏟아부을 수 있는 상찬의 근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세 게르만 서사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베어울프>의 이야기는 미묘하게 은유적이다. 노골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부시 정권을 처연한 시선으로 조롱하는 영화다(라는 논지를 나는 지금부터 펼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혀 끌끌 차실 분들은 지금 읽기를 중단하고 나가시기를 권한다. 판타지든 역사물이든 영화는 결국 동시대성의 반영이라는 데 동의하신다면 계속 읽어도 좋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영웅 베오울프의 형상은 부시스럽다. 그는 허풍장이며, 힘의 논리에 경도된 자다. 황금 나팔의 화려함에 현혹되고, 마초 중에 마초이면서도 안고 싶은 여자 앞에선 한 없이 연약해지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3마리의 바다 괴물과 싸운 일화를 늘어 놓으며 9마리라고 떠벌리며, 자신의 일화를 전설로 만드는 것이 권력의 작동 원리라는 것을 영악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프로파간다의 효용을 간파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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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보다 더 흉측한 괴물 그렌텔을 무찌른 뒤, 그는 그렌텔의 어머니까지 물리치러 갔다가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홀려 간음한다.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드래곤으로 화해 왕이 된 또 다른 괴물 베오울프의 나라를 불태운다. 드래곤은 외친다. "아버지의 죄, 아버지의 죄!"

나는 이걸 이렇게 해석해 봤다. 폭력으로 세워진 나라 미국은 그 피의 저주를 대물림한다. 미국은 한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지원했던 후세인을 독재자로 몰아 전쟁을 일으킨 뒤 잡아 죽였다. 아버지 부시가 일으킨 걸프전을 아들 부시가 이라크 전쟁으로 상속 받은 결과다. 드래곤의 반격은 9.11 테러를 상징한다. 죄 없는 시민들이 묵숨을 잃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괴물 왕이 오래전에 지은 죄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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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의 충복이자 그에 이어 왕위를 물려 받은 위그라프 앞에 예의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그렌텔의 어머니가 나타난다. 그리고 '부와 저주의 상징' 황금 나팔로 그를 유혹한다. 황금 나팔은 위그라프의 손에 쥐어져 있다. 혹자는 속편을 예고하는 뻔한 결말이라고 했으나 영화가 위그라프의 선택을 보여주지 않은 채 끝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일뿐더러 탁월하게 시사적이다. 굴복할 것인가, 극복할 것인가. 진화된 기술력으로 재현한 영웅 신화를 통해 할리우드가 자신들의 조국에게 은근히 묻는다. 폭력의 악순환과 저주의 상속을 끝낼 것인가 이어갈 것인가. 모두가 아는 프로파간다의 허상을 계속 우길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원적 저주를 다음 세대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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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alpee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실력 먼저 키우시래요...
    그래도 뭔가 해보실려는 의욕는 보였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로 그런가 보다 하면서 믿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게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 본건 무의식중에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더 기사를 신중이 써야한다고 생각해요. 기자들은 기사꺼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사를 쓰는 사람이지요.

    2007.11.18 14:42
    • BlogIcon 할랑할랑  수정/삭제

      블로거 뉴스의 문제아닌 문제일까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블로거뉴스라도 본문 자체는 개인 블로그니까... 블로거뉴스에 선정된 글을 기사로 볼것인가 블로그 포스팅으로 볼 것인가. 블로거뉴스 송고자를 기자로 볼 것인가 블로거로 볼 것인가. 제 경우에는, 문장력 엉망에다 완전 개인적인 블로그 글을 송고한 적도 있어서... 그냥 "블로거뉴스도 블로그"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중

      2007.11.18 16:20 신고
  3. BlogIcon 할랑할랑  수정/삭제  댓글쓰기

    DP(DVDPrime)에도 비슷한 의견을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제가 영화볼때는 전혀 그런 생각 못했지만^^... 혹시 동일인? 어느 정도 일리있는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97년부터 영화사를 전전하며 거부되었던 시나리오라지만, 영화 제작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각색이 될수도 있고, 감독 의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DP에서 읽었던 의견은, 베오울프에게 재앙으로 찾아오는 '드래곤'이, 사실은 베오울프 그 자신의 자식, 한때 자신이 직접 키워줬던 후원했던 후세인과 빈 라덴이 지금은 위협(드래곤)이 되어 돌아온다는 식으로 해석하셨더라고요^^그치만 역시, 과도하게 현실과 연결해서 확대해석 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겠죠^^(300을 미국에 대한 비판/옹호 두가지 모두로 해석하던 걸 보면)

    그래서 저는 일단 처음 영화볼때는 영화 자체와 등장 인물 감정선만 따라가면서 즐깁니다^^ 위그라프의 선택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은 건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그치만 많은 분들이 "이게 뭐야!! 또 무한 반복인건가? 영화 뭐 이래?" 이런 반응을 보이실 듯^^

    2007.11.18 16:26 신고
    • cinemAgora  수정/삭제

      DP에도 저와 같은 관점을 가진 분이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몇 몇 분들이 제 관점을 독특하다고 추켜 세워주시는데, 판타지 영화에서 이런 정치적 함의를 들춰 내는 건 그리 독특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너무나 일반적인 방법론이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11.18 20:55
  4.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청나게 좋은 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판 받을 만한 글도 아니네요. 일단 시각 자체는 굉장히 독특했고, 표현력이나 논지 전개 부분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 없는 류의 글 같은 데.. 참 별 걸 다 태클을 걸고 들어가시네요. ㅎㅎ.
    논술을 하겠다는 의도로 글을 쓴 게 아니니 아무대나 들이대는 것도 굳이 좋은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영화평 보다는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니. 형식은 굳이.....
    여튼 잘 봤습니다.

    2007.11.18 16:27
  5. BlogIcon egoing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롭내요. 미국과 베어울프의 상징성. 저는 좀 소박하게 이웃과의 관계에서의 상징성을 찾아봤습니다. 귀한 글 잘봤습니다.

    2007.11.18 16:39
  6. 재밌네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석에 대해서는 공감도 가지만, 조금 더 세밀한 논리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분명 어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의 관계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선대 후대 왕의 관계처럼 보여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악을 잉태하려는 마녀의 존재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인간 본연의 악함일까요?

    2007.11.18 16:45
    • cinemAgora  수정/삭제

      저는 단상을 던져 놓았을 뿐, 세밀한 논리로 독자들을 설복시킬 마음은 없습니다. 판단은 읽는 분들이 하실 몫이니까요. 마녀의 경우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전 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중동 또는 이슬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간음했다가 (베오울프처럼) 간음 사실을 숨기거나 배신한 후세인이나 빈 라덴이 될 수도 있겠죠.

      2007.11.18 20:52
  7. samm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고 간결하고 재미있게 핵심을 찔러 준 영화평 잘 봤습니다. 앵글이 마음에 드는군요.

    2007.11.18 17:16
  8. aa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착각하신 것이 아버지 부시의 전쟁은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은 전쟁이었습니다. 당시의 미국은 정말 경찰국가 노릇을 제대로 했다고 할까나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정당성 없이 침공한 것이 사실이니깐요... 지금의 부시가 하는 명분없는 침공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너무 억지로 끼워맞추셨네요 ㅋㅋㅋㅋ

    2007.11.18 18:07
    • BlogIcon kaverin  수정/삭제

      사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도 아주 명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쿠웨이트는 이차대전 이전엔 이라크의 남부지방이었을 뿐이었는데, 석유를 차지하려는 욕심에 강대국들이(영국이라고 했던가...) 한 국가로 독립시킨 거라더군요.
      게다가 경찰국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니....당시 미국이 단지 정의를 위해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저지한건지는 상당히 의심스럽군요.너무 순진한 생각이 아니신가요?

      2007.11.18 20:44 신고
    • cinemAgora  수정/삭제

      걸프전에 대한 관점 차가 확연하니 글의 내용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려우시리라는 것 이해합니다. 제가 님의 시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역사적으로 미국은 명분 없는 전쟁은 결코 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뒤에는 반드시 실리가 도사리죠. 그 실리는 언제나 죄없는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구요.

      2007.11.18 20:47
  9. Zzz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보고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이 글의 제목을 보는 순간 글 쓰신 분과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확실히 그리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뭐 시나리오가 97년부터 돌아다녔다고 말씀들 하시니 의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제작 중에 지금의 세태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위에 미국을 사랑하시는 분... 어느 나라건 명분없이 행동하는 정부는 없습니다. 매국노들조차 국민의 안위를 위해 고통스런 선택을 한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저 중국공산당이 동북아공정에 몰두하는 것도 한반도 북부를 손에 넣기 위한 명분쌓기의 일환이구요. 한나라당이 북의 반란세력을 국가로 인정한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조금은 현실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아셨으면 합니다.

    2007.11.18 21:23
  10. hyun5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어울프 영화 이제사 좀 정리가 되는군요! 영화시작되자마자 "헉! CG잖아! 이거 완전 낚였네.." 그래도 이 글 읽고 정리가 되니 그나마 7000원 종이 쪼가리가 그나마 제값좀 한거 같군요^^

    2007.11.18 23:03
  11. 날라리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어울프 나름 광고도 많이 때리고(이곳에서요^^) 배너도 많이 걸려 보고 싶었는데 쫌 실망이네요^^;;; 황금나침반이 잘 나와줘서 환타지 계보를 잘 이어줘야 하는데...반지의 제왕을 끝으로 영 땡기는 것들이 없으니 허전합니다.

    2007.11.18 23:05
  12. 오덕후  수정/삭제  댓글쓰기

    Beowulf가 원래 1000년 전쯤에 쓰여진 영웅 서사시로 영문학수업때 전문을 읽은적이 있는데.. 영화화를 위해 조금 달라졌다 해도 기본적인 라인은 원작을 따른건데 그렇다면 부시가 1000년전에 예언된 대통령이었는지? 댓글들 보니 시나리오도 클린턴시대에 나온듯 한데 과도한 의미부여 및 정치적인 해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능

    2007.11.18 23:41
    • 도리스  수정/삭제

      유명한 영웅서사시를 판타지 작가 닐 게이먼과 로저 애버리가 각색했다고 하더군요. 원작에는 전반 그렌델과 후반 용의 이야기가 개별 사건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각색 이후에 출생의 비밀로 앞뒤 이야기를 연결시켰다구요. 근데 제가 원작을 본 적이 없어서.. 혹시 원작을 읽어보셨거나 배우셨다면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세요~

      2007.11.19 00:16
  13. 태양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덕후님 필름2.0 에서도 원작과 다르게 각색된 베오울프를
    '영웅해체하기" 영화로 평가하고 현재의 미국을 비판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포레스트검프를 만들었던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 내용을 다시한번 곱씹어보시길..

    2007.11.19 00:30
  14.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 의견 참신합니다. 허나 보다 종합적인 분석을 위해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성향부터 아실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그는 미국내 얼마 남지 않은(?) 친보수 성향의 영화감독입니다. 작가주의가 생경한 보수성향의 특성상, 그의 작품들(포레스트 검프, 누가 로저래빗을...등)은 보수주의 색채를 대표하는 대표작들로 꼽히곤 하지요...
    그런 그가 느닷없이 부시를 조롱하는 영화로 돌아섰다는 해석은 좀 받아들이기 그렇네요...

    2007.11.19 02:28
  15. 흠.. 억지스러운 주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Beowulf는 옛날에 나온 소설인데... 부시가 나온뒤 부시의 정치능력을 조롱하는걸로 쓰여진게 아닌데... 부시가 그 소설을 따라하지 않는이상 이런식으로 갖다 끼우는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부시를 조롱하는 영화라기 보다도 우연의 일치이죠. 미국을 비판하는건 좋은데, 이런식으로 억지로 우기는건 전혀 좋은 모습이 아니군요.

    2007.11.19 04:47
    • BlogIcon cinemAgora  수정/삭제

      엉뚱한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늦가을 하늘에 줄을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을 봅니다. 작년에도 왔고, 수 십년전에도 날아 왔지만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철새이지만...그새 다리 하나가 더 생겨 그들이 내려 앉을 강변의 지형도 바뀌었습니다. 똑같은 철새이지만, 제 마음의 지형도 바뀌니 그들의 날갯짓이 더 각별하게 보입니다. 수십만년전, 아니 수백만년전부터 날아들었을 그들의 날갯짓은 해가 지날 때마다 달라 보입니다. 철새는 변함이 없지만, 인간의 땅이 바뀌고, 그들을 바라보는 내 몸과 눈이 바뀌었기 때문일 겁니다.

      21세기에 중세 서사시를 끌어 들인 로버트 제메키스가 어떤 의도로 이 작품을 골랐든, 또 어떻게 각색했든 영화는 동시대의 무의식적 욕망의 발현이자 반영입니다. 영화를 보는 행위에서 비단 보여주는 자의 무의식을 해석하는 것 뿐 아니라 바라보는 자로서의 개입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베오울프를 이루고 있는 요소, 즉 전쟁, 영웅화, 학살, 대를 이은 저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신화를 해체하면 남는 인간 세계의 비극이 창작자의 뇌리에 남긴 잔영이라고 믿습니다. 그 잔영을 민감하게 눈치채는 것은 바라보는 이가 그와 똑같은 시대를 살며 그가 경험하고 있는 비극의 잔영을 똑같이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과 관객, 미국인과 한국인, 선진국인과 제3세계인, 입장이 다르니 의식적 개입의 방향도 달라지겠지만요. 어쨌든 전 그렇게 믿습니다.

      2007.11.19 09:55 신고
  16. 아발론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블로그에 자기의 의견을 쓴 것일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비판은 하더라도 욕은 안된다고 봅니다.글쓴분이 아예 가치가 없는 글이면 보지말라고 했을텐데요? 여기 계신분들도 전체적인 의견보다는 글자 몇개에 꼬투리 잡지 않기를 바랍니다.그리고 미국을 비판하기 보단 부시자체를 비판한거 같은데요..전혀 반미적으로는 안 보입니다.
    반미적으로 나갔다면 폭력적으로 미국이 만들어진후에 아예 폭력적인 다른 대통령까지도 아니..아예 미국에 대해 더욱 더 부정적으로 적었을테죠..
    부시부자가 미국의 대통령들이니 미국을 말하지 않고는 말이 안되는거죠.그래서 전 반미적으로 보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가 말한건 부시부자 개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007.11.19 08:44
  17. 그냥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몇 세기전 영웅서사시가 눈 앞에 영화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만, 현실에 맞추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참 재미있네요.
    하긴 베오울프는 소위 고전 중의 고전이니 시대상의 해석이 어떻게 되든 그건 고전이 가지고 있는 몫이 분명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07.11.19 09:14
  18. 후세인을 독재자로 몰았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지만 후세인을 독재자로 "몰았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군요. 왜냐하면 실제로 후세인이 독재자였기 때문입니다. 부시가 전쟁을 한 명분은 후세인이 독재자였기 때문이 아니었죠. 후세인이 독재자이건 아니건은 전쟁의 명분으로 너무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사우디아라비아(미국이랑 친하다는)도 독재국가로 알려져있고 미국이 모든 독재국가에 쳐들어가지는 않자나요? 게다가 과거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던가 미국정권이 후세인의 집권을 도왔었다는 말도 있었구요. 미국편일때는 독재를 눈감다가 미국에 도움이 안되니 독재자다? 미국과 이라크가 아닌 다른 국가들에게 마저 문제가 엄창나게 되는 시각이죠. 그래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벌였다고 후세인의 독재가 없던 것이 되진 않죠.
    하지만, 후세인이 독재를 했다면 이라크의 국민들이 그를 없애야 했지 미국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이었다면 그나마 조금은 낳았으려나.. 미국이 혼자 주도적으로 일을 벌린 것은 완전히 잘못이죠. 게다가 그 수천년의 문명이 있는 곳의 문화재들은 나몰라라하고 석유시설만 열심히 경비했다고 말이 많지 않았습니까?
    이라크전쟁의 명분은 (후세인의 독재여부가 아니라) 911사태의 주범을 비호했다랑 대량살상무기가 있다였던가 뭐 그랬는데, 911 사태에는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국민은 다수 연루되었을지언정 이라크와의 연결고리는 너무도 미약했다는 것이고 그 대량무기라는 건 전혀 발견되지 않아 미국정치권에서마저 쓴웃음을 자아내었죠. 한동안 유머도 돌았는데. 911 유족회에서 911을 악용하지 말라는 항의의 시위도 있었고..
    암튼.. 그냥 부시가 싫다고 부시의 적은 착하다라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싶어 장황하게 적었습니다.

    2007.11.19 09:22
  19. bluemountian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베오울프가 부시를 나타낸 거라면 오히려 로버트 저매키스 감독은 부시에게 면죄부를 주는게 아닐까요?

    제가 본 베오울프의 주제는 "그" 또한 인간이다 라는 거거든요. ^^ 가장 큰 핵심은 "연약하고 결점 많은 인간으로 기억해 주시요."라며 자신이 벌인 일을 맺으러 갈 때 왕비에게 한 이야기엿던 것 같아요. (대사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 영화의 초점은 베오울프가 뻥쟁이였다가 아니라, 뭔가 좀 있어 보이려고 남들 앞에서 허풍 떨지만 그것 또한 평범한 인간이라 그런 것이이며, 베오울프는 위대하고 올바른 영웅이 아니라 실수도 저지르고, 유혹에 약하고, 남 한테 꿀리기 싫어하는 인간일 뿐이다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또한 인간이기에 그의 실수는 용서가 가능한 것이며, 그 또한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잘못은 바로 잡으려 노력하죠.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실수를 용서할 수 밖에 없는 거구요 .같은 인간이니까요.
    그 외에 다른 주제들도 있지만 로버트 저매키스 감독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 주려한 부분은 베오울프의 인간적 고뇌였던것 같아요.

    부시가 베오울프 반만 되더라도 사람들한테 그렇게 까지 욕을 얻어먹지는 않을것 같다는 ^^;;;;;;
    베오울프는 황금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최소한 그린델이 사람들을 죽이고 공포에 떨게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에 비해 이라크 전쟁은.... 그 놈의 대량 살상 무기가 완전 뻥이었다는 ㅡㅡ;;;;

    아무튼. 생각의 꺼리를 던져 주셔서 감사해요~~

    2007.11.19 10:16
  20. BlogIcon xnmrph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해석도 가능하네요. 약간의 비약이 있을지 몰라도 캐릭터들이 잘 맞아떨어지게 대입되는군요. 확실히 <베오울프>를 단순한 영웅이야기가 아니라 시의성 있는 작품으로 보는 것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7.11.19 12:26 신고
  21. 다양한 관점  수정/삭제  댓글쓰기

    억지든...논지가 약하던....
    생각지 못한 관점을 누군가가 보게 되었고....
    그걸 읽게 되는 즐거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그안에 담긴 여러 관점들이 이렇게 파생되어 재생산 되는것 또한 더 좋지 않나 싶네요~ ^^
    똑똑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놀라고 갑니다. ^^

    2007.11.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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