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남자를 원하는가?

애경's 3M+1W 2007. 11. 12. 20:2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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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기왕이면’ 준수한 외모에 친밀한 인상이면 좋겠고 ‘되도록이면’ 무난하고 자상한 성격이면 해피하고 ‘가급적이면’ 번듯한 직장을 다니면 감사할 테고 ‘가능하다면’ 부모님이 힘이 되는 집안이면 든든하겠지.

그래? ‘물론’ 모델 뺨치는 외모에 ‘당연히’ 부처님 같은 인품에 ‘절대적으로’ 대기업이나 잘나가는 벤처에 다니고 ‘반드시’ 재벌 2세나 자수성가의 청년재벌이어야 한다고?

아이~ 계집애,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니까.

재정상태는? 돈 많은 남자를 원해?

글쎄…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기왕이면’ ‘되도록’ ‘가급적이면’ 돈 많은 남자가 좋겠지?...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이었으면 좋겠다.....고?

속물 취급 당할까 걱정돼 뱅뱅 돌리고 꼬아 말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얘기다. 좋은 게 좋은 것. 퇴근 길 나를 픽업하는 그의 애마가 아반떼보다는 아우디 R26이면 좋겠고, 친구들에게 한턱내는 그가 예약한 식당이 신사동 아구집보다는 삼청동의 캐나디안 랍스타 전문점이면 해피하고, 그가 내민 백일 기념일 선물이 미니골드 14K반지보다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펜던트일 때 더욱 설레는 게 솔직한 여자 마음 아닌가.

뭐 태생적으로 ‘헝그리 정신’이 몸에 배었고, 부자들의 ‘돈지랄’ 천태만상에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일지라도, 그게 내 상황이라면 입장은 조금 달라지기 마련. 본인은 태연하더라도 주변에서 더 환호하고 열광하고 부러워하는 동성의 친구 혹은 동료들의 부추김도 무시할 수 없다.

이은미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감상에 젖는 여자들일수록 “여자인생 뒤웅박, 결혼으로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된다. 그러니 신랑감 잘 골라야 한다”는 부모님의 곰팡이 핀 말씀이 그 어느 경전의 가르침보다 가슴을 파고든다.

“인생역전? 남자들에겐 로또밖에 없지만 여자에겐 결혼이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실제로 남편감 잘 고른 영악한 여자들이 처녀 때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꾸려가는 모습을 목격하노라면 청렴결백(?) 인생관과 대쪽 같던 가치관에 혼란이 일기도 한다.

모처럼 동창회 참석한 C. 남편이 사준 자동차 키와 40평형 아파트 키가 달린 키홀더를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며 자리에 앉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성장했다. 정녕 그녀가 “연체로 카드 하나 막혀서 돌릴 수 없어 곤란하니 이틀간 돈 좀 꿔다오” 사정하던 5년 전 그 인간과 동일인이란 말인가. 적금 깨서 얼굴 뜯어고치더니, 팔자 제대로 고친 그녀. 이런 젠장.

그러니 입으로는 단서를 몇 개씩 갖다 붙이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돈 많은 남자를 원해!”라는 솔직한 욕망이 아우성 치고 있는 것이다.

돈 많은 남자면 무조건 오케이?
김수철도 노래한다. 정신차려, 이 친구야~


물론, 당연히, 역시나, 이 결론이 끝은 아니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기만 하면, 마냥 행복해 질 것 같은가? 천만에 말씀. K와 S의 사례를 보자.

K의 남자친구는 돈이 많다. 아니, 그 남자의 부모가 돈이 많다. 그리고 그 돈으로 K의 남자친구는 (돈을 잘 버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사업체도 하나 꾸려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데이트를 할 때면 K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비용을 누가 내느냐”로 신경전을 벌인다. 항상 남자친구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야 하니 이 또한 스트레스다.

친구들이야 “어차피 결혼하면 부모님 돈이 곧 남자친구의 돈. 헤픈 것보다는 알뜰한 게 좋잖아”라고 말하지만 “현재의 연애가 재미없는데, 알 수 없는 미래만 바라보고 남자를 만나기엔 조금 억울하다”는 게 K의 생각이다.

S의 경우는 또 조금 다르다. 이번엔 집안도 좋고 돈도 펑펑 잘 쓰는 남자친구. 항상 최상급의 선물만 건네고, 언제나 어깨에 힘 줄 수 있는 데이트 코스를 골라놓는 남자이니 그와의 연애는 즐겁고 유쾌하다. 그런 S의 문제는 “인간 자체가 능력이 없다”는 것. “결혼 후에도 계속 시댁에 손을 벌려야할 게 뻔해요. 안받고 안주는 게 속 편하지, 계속 아쉬운 소리해야하고 시부모님 눈치도 봐야하고. 살면서 평생 채무자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죠.”

그럼 부모 돈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모은 남자는 어떨까? 여기, 자수성가로 몇 백 억대의 재산을 불린 29세의 청년재벌과 연애한 P의 얘기를 들어보자. “가치관이나 성격이 잘 안 맞는 것 같았지만, 그 정도는 양보하고 맞춰갈 수 있었어요. 몇 억도 아니고 몇 백억이잖아요. 게다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자기 능력으로 번 돈이니까요.”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데이트할 때마다 열이면 아홉은 제가 돈을 냈어요. ‘돈 때문에 당신을 만나는 게 아니야’라는 제스처 차원이기도 했지만, 그는 번번이 “밥 사줘” “영화 보여줘”라며 요구를 했죠. 처음에는 그가 돈 때문에 접근하는 여자만 만나 왔기 때문에, 자기를 위해 돈을 쓰는 여자를 신선하다고 여길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몇달을 만나도 계속 그런 식인 거예요.” 결국 그녀는 그가 시공을 발주했다는 오피스텔 도면과 만 원권 지폐가 빼곡히 든 그의 지갑만 구경했을 뿐, 정작 그가 가진 돈의 그 어떤 혜택도 받아보지 못하고 그 만남을 접어야만 했다.

“함께 백화점에 갔는데, 자신을 위한 옷이며 신발은 수십 개씩 사면서 나를 위한 귀고리 하나 사주질 않더군요. 몇 백 만원어치의 물건을 현금으로 사면서 말이죠. 기본적으로 그는 남을 위해 돈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아니면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그녀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가 그 나이에 몇 백억대의 재산을 불린 건 다 데이트 비용을 절약해서였다는 걸.

남자들의 지갑은 두 번 열린다.
작업을 위해 한번, 그리고 사랑하니까 또 한번.

이 케이스는 어떠한가. 평범한 샐러리맨과 연애를 하고 있는 G는 애인을 만나면 지갑이 필요 없다. “데이트 비용은 당연히 남자가!”라는 바람직한(?) 생각을 지닌 보수파는 아니라는데, 그는 커피 값이라도 한번 내려는 그녀를 향해 “이걸 왜 니가 내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고 한다.

이 남자의 지갑은 여자를 위해 항상 열려있으며 여자가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안타까워한다. “데이트 비용은 적당히 분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저도 수입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나를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그만큼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거고, 그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증거니까요. 물론 가끔은 저러다 파산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가을 구두 한 켤레 장만해야겠다는 여자의 말에 동대문 구두상가를 몇 시간씩 함께 돌며 신발을 골라주고(지갑은 당연히 열리고), 잡지에서 본 명품지갑이 너무 예쁘다며 노래를 부르는 여자에게 3개월 할부로 지갑을 사주며 “비싸도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좋은 물건 하나씩 사는 건 바람직해. 6개월에 하나씩 사줄께”라는 약속을 해 주는 남자. 열 번 중 한번 여자가 돈을 낸 것을 기억하며 “지난번에 니가 샀잖아. 왜 또 니가 사?”라고 말하는가 하면, 여자가 선물로 받은 상품권으로 구두 한 켤레를 사주자 그걸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뒤 홈페이지에 올려 자랑해 사람들에게 팔불출 소리 듣는 남자.

신발 벗고 들어가는 음식점 들어설 때 “우리 자기가 사준 신발 누가 집어가면 안되는데…” 닭살 맨트 날리는 남자. 이 남자 사랑할 때마다 이런 식이라 그 동안 돈을 못 모았던 걸까? 글쎄….

자, 아직도 돈 많은 남자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기왕이면’ ‘가급적’ ‘되도록이면’ 말고 다른 단서를 붙여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 기꺼이 쓸 수 있는’ 돈이 많은 남자로.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샐러리맨이라면, 재벌청년보다 먼저 유리 구두를 신겨줄 수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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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신드롬? 그야말로 동화나 영화, 하이틴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려면, 능력있는 여자가 되어야 하는 것. 조건 좋은 남자를 원한다면, 내 조건부터 잘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 요즘 세태가 그렇다! 백마 탄 왕자? 일찌감치 꿈에서 깨어나자!



* 이 글은 필자가 몇 년 전 잡지 엘르에 기고했던 원고를 재구성하여 올렸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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