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제주도~

애경's 3M+1W 2007. 11. 10. 13:0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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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자, 어떤 길로 달리시렵니까? 쭉 뻗은 넓은 순환도? 아니면 꼬불꼬불 지방도?

제주로 떠난다면, 네비게이션부터 꺼버리세요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지난 여름부터 치자면 이번이 벌써 3번째. 장롱면허 소지자로서, 모처럼 뻥 뚫린 도로를 전세 낸 듯 신나게 내달릴 수 있어 외국의 내로라하는 휴양지보다 더욱 편애하곤 하는 곳이 바로 제주였지요. 이번엔 새식구 탄생 백일(!!!)을 기념하는 여행이었답니다. 어쨌든.
최근 제주 여행에 불만이 하나 생겼어요. 바로 랜트카마다 어김없이 장착돼 있는 네비게이션 때문이지요.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는 네이게이션의 특성 탓에, 제주여행의 묘미가 사라지고 있었죠. 사실 제주의 매력은, 관광지를 찾아 다니면서는 절대로 발견할 수가 없어요. 지도와 이정표를 번갈아 확인하며 목적지로 향하는 재미. 잘못 들어선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근사한 풍광들, 길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마주친 ‘제주스러운’ 장면들. 그런 것들이 바로 제주 여행이 주는 기쁨이거든요.
그런데 이 놈의 네비게이션은, 오로지 반듯한 길, 넓은 길, 빨리 가는 길만을 알려주지 뭡니까. 어느 목적지를 찍든 간에 ‘일주 도로’로만 째깍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긴 하지만 뭔가 쉼표 빠진 문장처럼 심심한 것이, 여행의 추억이나 여백 따위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차귀도나 관음사, 1118도로나 5.16도로 등 잘못 들어선 길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풍광들은, 정교하게 구성된 제주 관광지 안내 책자를 통해서는 절대로 소개받을 수 없는 제주의 매력적인 일면이었는데.... 그런데 이제는, 그런 우연의 음악을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제주 시장에게 촌지를 받은 일도 없는 저는, 그 사실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답니다.
결국 이번엔, 이틀째 되던 날부터 네비게이션 전원을 꺼버리고 말았답니다. 지도와 이정표만 보며 흘러가는 물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돌아본 제주. 속력을 줄이고 주변을 돌아보니 지천에 노란 귤이, 붉은 단풍이, 가을걷이를 끝낸 평야가, 두 눈 속으로 한 가득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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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숙소 팁이랍니다

지난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한 ‘바다스케치’라는 펜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문 단지 안 특급 호텔들, 그리고 파라다이스 호텔, 샤인빌 리조트 등 제주의 쓸만하다는 숙소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펜션. 일단 가격이 착합니다. 모두 8개의 룸이 있는데 1층 4개의 단층형 룸은 성수기에 10만원, 2층 4개의 복층형 룸은 15만원. 요즘 같은 비수기엔 복층형 룸을 단돈 10만원에(주말이 아니라면 조금 더 할인 가능한 듯) 이용할 수 있답니다.
복층의 경우, 제주의 그 어떤 특급 호텔 저리가라하는 전망을 자랑합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이용했던 한라룸의 경우, 아랫층에서는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침대가 놓인 윗층에서는 바다와 형제섬(날 좋으면 마라도까지!) 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굳이 관광을 떠날 필요도 없이, 그저 방안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절로 불어옵니다. 정말 뷰가 끝, 끝, 끝내줍니다!!!!
게다가 잘 손질된 잔디 깔린 정원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바비큐 그릴도 설치돼 있구요, 중문이나 서귀포와 가까워서 관광지 연계성도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이 곳의 묘미는, 친절의 끝을 보여주는 주인내외분의 후덕한 인심이지요. 지난번 여행 때는 주인 아저씨 따라 나선 밤낚시에서 한치를 엄청나게 낚아와 바로 그 날 저녁 마당에서 한치회와 한라산 맑은 소주로 거한 대접을 받기도 했었습니다.(게다가 남은 한치는,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손질까지 끝내서 1회용 아이스박스에 넣어주셔서 서울까지 공수해 오기도 했었지요. 이 모든 것이 공짜!)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고기를 낚는 데는 실패했지만, 양념 잘 재인 돼지구이를 숯불에 구워 먹으며 주인 아저씨와 즐거운 밤을 보냈답니다. ^^
이런, 팁이 너무 길어지는군요. 아무튼, 제주여행을 떠날 때 저렴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숙소를 찾고 계신다면, 바다스케치의 한라룸 완전 강추드립니다. (검색창에 ‘바다스케치’를 치시면 홈페이지가 뜹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망하신다면, 숙박료 물어드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만족도를 보장드릴 수 있는 숙소입니다. (^^ 알바생 같지만, 얻어먹은 건 한치회와 한라산 맑은 소주 뿐입니다. ㅋㅋ) 내년 여름에도, 전 네비게이션부터 끄고 바다스케치를 찾을 예정이랍니다. 봄이면 더 좋겠고 ^^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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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스케치에 머물면서 포착한 다양한 사진들. 바다스케치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 팬션 정원에서 찍은 사진, 용머리 해안 새벽 낚시터에서 만난 해녀, 바다스케치의 마스코트 강아지 코코, 인근 감귤농장에서 찍은 사진 등등. (본인을 제외한 가족들의 얼굴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소심한 음영처리를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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