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개봉했다. 네티즌 평점이란 걸 봤다. 6점대다. 앞서 개봉한 <못 말리는 결혼>이 7점대였는데, <밀양>이 그보다 낮다니, 잠시 할 말을 잃는다. 네티즌 평점이 많은 부분 조작되고, 또 그 때문에 신뢰성이 없다 하지만, 게다가 대중 관객의 반응을 수치화해 보여준다는 게 얼마나 덧없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싶다. 차라리 너무해서 흥미롭다.
들여다 봤더니 대중 관객의 호오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영화도 오랜만이지, 싶다. 맥락은 완전히 다르지만 아마도 <한반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1점대를 준 사람들의 평을 대충 살펴 봤다. 대체로 '종교적인 코드'가 포함돼 있다는 게 거부감의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전도연이 연기한 신애라는 인물이 아들을 잃은 뒤, 종교에 의해 위안 받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는 부분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분들, 영화를 오독해도 심각하게 오독했다. <밀양>은 종교를 끌어 들였지만 다분히 비판적,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교회로 대변되는 현실 기독교에 대한 꼬집기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의도가 이렇게 정 반대로 오독될 수 있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 조차 감독 이창동의 패착일까. 아니다. 오독하는 관객들의 무딘 감수성이 문제다. 대중의 시선은 절대선이 아니다. 대중이 항상 참이었다면, 드레퓌스 사건 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았으며, 미국에서 부시가 집권할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폄훼한 익명의 평점 권력이여, 이미 평론가들보다 더 강력한 위세를 떨치고 있음에도 심심하면 평론가가 쇼호스트인 척 하지 않는다고 두들겨 패며 포퓰리즘의 우위를 확인하는 시장 추종적 대중 권력이여, 영화를 탓할 게 아니라 무뎌진 감수성을 돌보시라. 그리고 영화를 재미라는 단 한가지 잣대로 재단하는, 처연한 문화적 수준을 긍휼히 여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