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 낯선 것은 악인가?

영화 이야기 2007. 11. 4. 22:1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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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은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첫 사랑이 아름답듯이...



M, 이 영화는 기억과 그 기억을 지우려하는 무의식에 관한 영화이다. M은 지금껏 첫 사랑을 잊고 있었음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리며, 무의식적으로 그 기억을 지우려 하는 스스로에 대한 강박관념이 드러내는 환상에 시달린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그의 망상은 현실이 아니며, 자의식과 무의식의 충돌이다. 영화 속 내내 이연희가 맡고 있는 강동원의 첫 사랑은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으며, 이유도 모른 채 쫓긴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그녀의 불안은 결국 영화 속 M 자신의 죄책감이며, 미안함이다. 마치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했지만, 막상 그 기억이 지워지려 하자 반항하기 시작하는 짐 캐리의 의식과 흡사하다. 또한 공효진이 연기한 M의 약혼녀마저도 이유없는 불안감과 기괴한 경험 속으로 빠져든다. 이 역시 현재의 여자를 옆에 두고도 첫 사랑에 집착하는 M의 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며, 현실의 공효진이 경험하는 것이 아닌, M의 환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 M은 감독 이명세가 데뷔작부터 집착해온 테마 '첫 사랑'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사유와 영상을 선사하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시간 속에서 놓아버린 아련한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이 환상적인 화면을 통해 영화의 전편을 휘감는다. 그러나 상투적인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의 수려한 영화 기교는 혼란스럽고, 짜증나는 무엇에 불과할 뿐이다.

노련한 나이와 풍만해진 뱃살에 감추어져 이제는 유치하다고(!) 버려진 첫 사랑의 그 설레였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M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원치 않는 듯 하다. 아니 그런 것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 조차 애써 알려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저 낯선 것이기에 이 영화는 악한 영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경향 신문 칼럼 '판'에 실렸던 jacosmile의 글이다.)
 

이명세 감독의 신작 영화 <M>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화려한 영상미와 난해한 이야기 구성을 가진 이 영화는 평론가들에겐 극찬을 받고 있지만, 인터넷 네티즌 평점에선 개봉작들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예술 영화란 언제나 평단과 관객들의 상이한 평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니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 반응하는 네티즌들의 혹평들은 조금 심한 감이 있다. ‘재미없다.’, ‘지루하다.’라는 일반적인 평을 넘어서 영화를 옹호한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직격탄이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문화계 동료가 팀 블로그에 올린 <M, 저주받을 영화인가?>라는 글에 ‘관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쓰레기를 좋아하는 파리들, 닥쳐라!’라는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이 정도면 웃고 넘어갈 만하다. 또 다른 반응엔 이런 글도 있었다. ‘인간아... 영화에 대해서 고민 좀 해보렴... 쓰레기 같은 10분짜리 몽환적 cf를 계속 반복해서 본 느낌...’


문화의 감상이란 불행히도(!) 감상자에게 일정한 수준의 교양을 요구한다. 높은 단계의 훈련을 거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급문화란 그저 어렵고 낯선 무엇에 지나지 않는다. 고호와 피카소의 작품을 아무리 명작이라고 한다 해도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이상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 그림에 침을 뱉거나 욕설을 남기는 것이 정당화 되진 못한다. 유독 영화는 다른 장르의 예술에 비해 악성 댓글들이 여름철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영화는 극장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예술로 그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지인들 사이에선 영화 <M>의 논쟁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설득력을 얻은 의견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것에 이유 없이 적개심을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부산 국제 영화제의 오프닝을 장식했고, 강동원이라는 티켓 파워 강한 배우가 등장하기에 친절한 서술 구조로 풀어내는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일종의 혼란 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익숙한 것을 기대했다가 낯선 것에 배신감을 느낀 관객들 일부가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현상들 속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악플러들의 대부분이 ‘대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이해할 수 없는...’이나, ‘대중을 우롱하는...’ 등등의 표현이 등장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보편적인 대중의 한 명이라 지칭하며 그 대중의 간판에 숨어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구사하는데 정당성을 얻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여행이다. 익숙한 삶보단 그렇지 않은 시간과 공간이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이 여행이 자신들을 작가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문화적 경험 역시 일상을 탈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낯선 것을 쳐다보고 경험할 때, 사람들은 사고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란 처음 가보는 여행처럼 개인의 교양을 끌어 올리는 검증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M>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감들을 경험하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대부분 젊은 층으로 추측되는 악플러들의 글을 보며 언젠가부터 어렵지만 새롭고, 복잡하지만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적 혜택이 부족했던 시절, 학생들은 프랑스 문화원, 일본 문화원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늘 문화와 교양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풍요로운 2007년, 영화 <M>은 단지 그 모양새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더구나 대중이라는 미명아래 반지성주의의 함정에까지 빠져들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악’이라는 위험한 발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M>을 둘러싼 이런 현상 속에서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민족 분쟁이나, 다양성을 끌어안지 못하는 종교 전쟁의 비극까지 떠올렸다면, 너무 무리한 해석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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