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학 작품은 영화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사실 더 많다. 왜 아무도 도스트예프스키나 카프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지 않을까. 원작의 문학성을 도무지 영화 언어로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중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대중영화가 선호하는 원작은 대체로 서사성이 강한 장르 소설인데, 한국처럼 장르 문학의 저변이 약하다면 대략난감인 것이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도 그 가운데 한 편이었다. 원작을 읽었을 때,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장르 소설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걸 영화로 옮기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과 순간에 집중하는 영화의 특성상, 이 작품의 연대기적 호흡은 영화적 각색의 재료로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무렵에 한 영화 제작자가 영화화 판권을 샀다며 이 작품 얘기를 하길래, 차마 그의 앞에서 "그건 영화로 만드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혹자는 각색의 실패를 패인으로 분석하지만, 소설을 영화화하겠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각색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7년의 밤>은 그냥 소설로 놔뒀어야 할 작품이다.
영화는 1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야 했다. 이 영화의 시사회 때 기자들이 배우들에게 물었다. "왜 제작 기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나요? 배우들은 답했다. "로케이션지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거짓말이다. 제작자가 제작비 횡령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이 중단되었다가 나중에야 재개되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왜 미리 짜맞춘 거짓말을 했을까? 그 이유도 간단하다. 기자들은 배우들이 말하는대로 믿고 받아쓴다는 걸, 그들은 알기 때문이다. 과연, 그 예상대로 그 어떤 기자도 이 영화의 우여곡절을 취재하지도, 기사로 쓰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착시에 속고, 누군가는 타자의 명성에 속는다. 어디 두메산골의 순진한 촌부 얘기가 아니다. 나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