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영화 이야기 2018. 3. 22. 12:26 Posted by cinemAgora

일본 영화를 볼 때 가장 부러운 것은 너무나 탄탄한 원작 시장이다.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만화도 예술의 경지이니, 일본 영화인들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그건 결국 단행본 시장의 규모에 연동되는 것이기도 하다. 출판이 사실상 고사 직전인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책을 안읽으니 좋은 이야기가 나올 저변이 얕고, 영화 역시 이렇다할 원작 스토리를 건져 올리기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다.


3월 29일 개봉하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역시 부러움 반 시샘 반의 기분으로 봤다. 원작은 소설인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이야기다. 주인공 '검은머리 아가씨'가 온갖 요괴들을 만나고 다니며 펼치는 하룻밤의 기괴하고도 엉뚱한 모험 위에 슬쩍 로맨스 라인을 걸쳤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과 개성도 기발하고 발칙하다. 그러고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청춘 버전 느낌도 받았다.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창의적 비주얼에 코믹 뮤지컬까지 얹었다.


영화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이 영화의 주제가 가사를 소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딱 이 이 작품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그녀가 찬 스케이트보드가 
큰 길로 날아갔어
빗물받이 속으로 미끄러져
희미한 어둠을 밝히지
발돋음을 해봐도 닿지 않았던 소년들이
세계를 뒤흔들어
'너답게'라는 말은 한 귀로 흘려 버리자
이유없는 설움을 
양쪽 무릎에 싣고
황야에 홀로서서
저쪽으로 비틀비틀 걷다가, 다시
흔들흔들 걸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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