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라는 낯선 지명에 짜증부터 나는 사람은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영화에는 악당이 나와야 제맛이며, 싸움박질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들 역시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실은 자격이 없다. 계속 주욱 그 단선적 세계에 갇혀 지내면 된다.
최근 임순례 감독이 연출해 흥행적으로도 꽤 성공한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가 원작이고, 당연하게도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다. 각각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이라는 부제를 단 두 편의 작품으로 2015년 관객들을 만났다. 두 영화를 한편으로 합친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이 지난해 원작의 나라 일본에서 제작되었고, 한국 버전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이번주 국내 개봉한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읍내까지 자전거로만 한 시간이 걸리는 시골 마을 코모리에 돌아와 살아가는 젊은 여성 이치코가 땅을 일구고, 열매를 따고, 요리를 하고, 식재료를 눈밭에 묻고, 그렇게 4계절을 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케터와 미디어들이 이 작품을 아주 쉽게 '힐링' 영화로 소개하고 있는데, '도시=질병, 전원=치유'라는 등식도 실은 왜곡된 개념일 수 있다. 전원이라는 말이 질정 없이 낭만적으로 들리니, '촌'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질긴 노동과 기다림과 성가신 등에가 반복적으로 거주민을 괴롭히는 촌 생활. 하지만 거기에도 이웃이 있고, 나눔이 있으며, 단조로움에서 건져 올리는 통찰이 있다. 푸성귀 볶음과 계란말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맛있는지는 보너스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가장 낮은 곳의 지혜도 모른 채, 우리가 얼마나 부풀려진 지식 거품의 숲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내 관점에서 이 영화는 귀농 추천 영화도 아니고, 먹방 영화도 아니다. 고전적 노동에 대한 겸손한 예찬이다.
역시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한 마을 청년 유타가 이치코에게 하는 이 말이 꽤나 울림이 크게 들리는 이유다.
"자신의 몸으로 직접 한 일과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 자신이 책임지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 그런 걸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주제에 뭐든 아는 체하고 남이 만든 걸 옮기기만 한 놈일수록 잘난 척해. 천박한 인간이 하는 멍청한 말 듣는 데 질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