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 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전형적이되 전형적이지 않다. '부당한 강자에 맞서는 정당한 약자의 투쟁'이라는 플롯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이되, 캐릭터의 설계와 캐스팅에서 고정 관념을 비껴간다.
이를테면 주인공 김명민이 변호사(성동일)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등장하는데, 김명민이 변호사이고 성동일이 사무장으로 나오리란 예측을 깨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변호사가 마구 질주하는 사무장의 조수처럼 행동한다는 점에서 웃음이 파생한다.
악랄하고도 파렴치한 재벌가로 김영애가 캐스팅된 것도 의외의 한 수다. 그녀의 우아한 무표정 뒤에는 재벌가의 추악한 품격을 지키려는 악마성이 이글거린다. 그건 김영애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우라다.
영화 <베테랑>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는 재벌의 전횡에 대한 관객들의 기시감적인 불만과 접점을 만들어내려고 애쓴다. <베테랑>이 그걸 정의로운 형사(황정민)와 망나니 재벌 3세(유아인)의 대립 구도로 단순화했다면, <특별수사>는 돈벌이와 복수심에만 골몰하던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동인으로, 저항-좌절-반격-더 큰 좌절-대대적인 반격이라는 시소게임을 더 정밀하게 배치하고 있으며, 점층하는 액션 위에 두뇌 싸움을 얹어 놓았다.
부도덕한 재벌가에 대한 응징에 나서는 주인공이 검사도 경찰도 아닌 변호사 사무장이라는 건 의미심장하다. 즉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공권력조차 이미 재벌에 의해 포획된 것으로 전제한다. 그 전제는 한국사회라는 맥락에서 설득력이 있다. 꽤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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