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영화 이야기 2016. 2. 9. 15:37 Posted by cinemAgora

영화 <귀향>을 보았다. 제작 두레 방식으로 7만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대 만들어진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를 정면으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두가지 슬픈 사실에 나는 속울음을 울었다. 첫째, "위안부 할머니"라는 속칭 속에 슬쩍 가려진, 그러나 곱고 순수하고 아리따웠던 그녀들의 "소녀" 시절이 어떻게 처참하게 훼손되었는지를 목격하게 돼 울었고, 생존한 분들 뿐만 아니라 그 지옥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 울었다.

그것은 어쩌면 부끄러운 눈물이었다. 민족이라는 미명으로 자존심의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았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그래서 눈물조차 속시원하게 흘릴 수 없었다. 영화는 "위안부"라는 집단명사를 호출하는 매체가 아니다. 거기엔 이제 초경도 겪지 않은 정민과 영희와 옥분과 분숙의 구체적 사연이 있다. 하나의 세상, 하나의 우주, 하나의 개인이 있다. 시대에 의해 강간당한 상처받은 영혼들을 영화는 한명 한명, 애달프고 고달프고 또 부끄러운 마음으로 부른다. 기껏 나비로밖에 형상화할 수 없지만, 영화적 한계 안에서 목놓아 부른다.

거창 한디기골에서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10대 위안부 정민은 제일교포 4세 배우 강하나 양이 맡았다. 재일교포 4세인데 어쩜 그렇게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연기하는지. 그의 어머니 김민수는 재일동포 극단 '달오름'의 대표이자 재일교포 3세이고, 역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한판의 씻김굿 같은 작품이다. 그들의 한을 달래주고, 미처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을 위로한다. 너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정말이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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