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

영화 이야기 2015. 12. 31. 09:16 Posted by cinemAgora

실연이든 이혼이든 짝을 잃은 이들이 모이는 호텔이 있다. 이 호텔에 머무는 제한 기간은 45일. 그 사이에 짝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로 변하는 징벌을 받아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찾아야 하고, 만약 거짓임이 밝혀져도 동물이 된다.


데이비드(콜린 파렐)도 그래서 이곳에 왔다. 하지만 도통 마음에 드는 짝을 찾을 수가 없다. 동물은 되고 싫고(그는 영화 제목처럼 만약 동물로 변한다면 랍스터가 되기를 원한다. 오래 살고 번식력이 뛰어나다는 게 이유다.) 어찌저찌 같은 호텔 투숙객 중에 대략 취향이 비슷하다 싶은 여자와 짝이 됐으나 그건 또 다른 악몽이었다. 결국 데이비드는 이곳을 탈출해 숲으로 들어간다. 거기엔 함께 있되 절대 사랑 놀음을 해서는 안되는 외톨이 그룹이 존재한다.


황당한 설정이다. 그러나 슬쩍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 <더 랍스터>(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제도로서 강요되는 사랑과 극단적인 독신주의를 동시에 냉소하는 우화이다. 데이비드가 속하게 되는 두 상반된 그룹을 대비시키면서 그 어떤 경우든 사랑에 대한 작위적이고 법칙적인 룰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영화다. 그렇다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가장 사랑다운 사랑은 무엇일까. 물론 영화는 그 답 역시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짝을 찾든, 혼자이든 어쨌든 '고통'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에 드리운 필연성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달콤한 고통이 있을 가능성을 슬쩍 열어 둔다.


콜린 파렐은 많이 늙었다. 배가 축 늘어진 늙음 그대로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다. 레이첼 와이즈와 레아 세이두는 이 황당한 영화의 우화성에 설득력을 얹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송강호나 전지현이 박정범 감독(누구인지 아시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거나 마찬가지인 작품이다. 유럽 영화의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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