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

영화 이야기 2014. 8. 6. 04:52 Posted by cinemAgora

아침에 원고를 쓰려고 영화 <명량>의 네티즌 평이라는 걸 봤는데, 이런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 최고의 영화!!! 영화를 영화로 보세요. 왜 잘 되는 영화에 스크린 독과점을 논합니까?"

"독과점이네 아니네 말이 많지만 돈 8000원 할인 받지않고 봐도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명량이 대기업 물량공세라 할지라도 흥행했으면 좋겠고."

요컨대, "나는 영화를 좋게 봤는데, 이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으로 비판 받는 게 싫다"는 얘기다. 개별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영화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아무리 인기가 좋은 영화라도 30% 이상의 스크린을 독식하지 않는다. 프랑스 멀티플렉스에선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영화라도 한 극장 당 한 개 스크린이다. 그 나라 영화 산업 종사자들은 바보라서 그렇게 하는걸까? 온 국민을 한 영화 아니면 볼 게 없게 만드는 나라가 정상인가, 혹여라도 그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볼 관객들의 권리를 배려하는 나라가 정상인가. 

어쨌든 이런 말들을 접하면서 얼마전에 탔던 택시안에서 기사 아저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전두환이 죽일 놈이니 뭐니 해도 그래도 그 때가 살기가 좋았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게 상식인 세상에서 <명량>이 전국 2,500개 스크린을 전부 독식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공중파 3사가 똑같은 올림픽 경기를 중계해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듯이 말이다. 이미 우리는 그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는 단일 민족이니까, 생각도 영화도 딱 하나여야 하니까. 

그래서...우리는 얼마나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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