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탐관오리들의 곡식을 털어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도적 떼를 설정하고 있지만, 다분히 서부극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화적떼들이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은 <황야의 무법자> 등 마카로니 웨스턴에 쓰였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선율을 연상케 한다. 어느 지점에서는 슬쩍 옛 홍콩 액션 영화 스러운 카메라 워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한국형 <대부>를 선보인 윤종빈 감독의 영화광적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엄혹한 시대를 불러내고 있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다분히 오락영화적이다. 오락이라는 측면에서는 꽤 쓸만하다. 다만, 강동원을 매력적인 악역으로 부상시키기 위한 강박이 지나쳐서, 폼을 잡기 위한 후반부의 개연성 없는 설정이 살짝 아쉽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자> 이후 줄곧 중앙대 영화과 선배 하정우와 호흡을 맞춰온 윤종빈은 이번에도 하정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임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