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절 감동이란 무엇일까. 감동(感動). 말 그대로 느낌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느낌은 언제나 움직인다. 웃는 것도 감동이고 화가 나는 것도 감동이고 슬픈 것도 감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때 감동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감동은 단순한 느낌의 동함을 넘어선 그 무엇, 즉 깨달음을 동반한 감정적 카타르시스일 때 감동이다. 아! 하는 감탄사와 더불어 시야가 확 넓어지는 순간의 놀라움, 그것이 인문적 차원에서의 감동이다.
오늘날 많은 영화들이 감동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해 대부분의 대중영화가 선사하는 "감동"은, 앞서 말한 차원의 감동이 아니라 단순한 자극이다. 눈물이 메마르고, 울고 싶어도 울 일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 눈물을 흘릴 기회를 판매하는 것이다. 다행히 많은 이들은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을 때, 그것을 감동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또 한번 정확하게 말해, 그것이 깨달음을 동반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는 아니다.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의 놀라움은 더더욱 아니다. 눈물을 흘리게끔 설계된 장치에 반응을 하는 것이다. 마치 무릎 아랫 부분을 치면 다리가 툭 하고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조건 반사인 것이다.
나는 영화의 진짜 감동과 자극을 말할 때 "파블로프의 개" 실험 얘기를 자주 한다. 실험자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쳤다. 나중엔 먹이는 주지 않고 종만 쳤더니 개가 침을 흘렸다. 이것이 동일한 자극에 동일한 반응을 한다는, 행동 심리학의 이른바 '자극-반응(S-R) 이론'의 토대가 된 실험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많은 대중영화들이 바로 이 자극-반응의 기제를 활용한다.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영화를 보며 울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마늘을 까다가 눈물이 났다고 감동 받았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면, 그것이 감동의 소산인지, 아니면 자극에 반응한 배설물인지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하에 좀처럼 감탄하지 않는다. 그러나 등산을 통해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확 트인 풍경에는 감탄한다. 감동 받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등반이라는 물리적 수고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짜 감동은, 그렇게 통찰을 잠재한 숲길과, 대상을 겪으며 이해하려는 나의 능동적 수고(修考)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야만 허락되는 것이다. 물론 불행하게도, 그런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는 인스턴트 감동에 밀려 홀대 받기 일쑤이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