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 명쯤 됐을까? 일렁였다. 촛불이. 넘쳤다. 신명이. 그러나 차벽이 시청 광장을 에워쌌다. 드높은 함성이, 해일 같은 촛불이, 광장 안에 갇혔다.
시위의 축제화는 촛불의 클리셰다. 시위는 유권자가, 시민이 권력에 대해 화가 났음을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이다. 우리는 화가 났는데, 촛불은 여전히 신성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우리가 친 것도 아닌, 준법의 이데올로기가 친 차벽 바리케이트가 견고하게 시민들의 목소리에 울타리를 쳐 놓고, 그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척, 가둔다. 시민들도 그 안에서 '촛불아 모여라'를 외칠 뿐. 5만일까, 10만일까, 머릿수를 센다. 아직은 모이는 것만으로 자족해야 할 때인가.
그 견고한 차벽 너머로 분노가 범람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이상 박근혜와 국정원은 그저 비웃을 것이다. "그 안에서 실컷 지들끼리 놀라고 해." 눈하나 깜빡 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라면, 시위는 축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너무 편안하게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열려 있되 닫혀 있는 광장을 벗어나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