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설국열차>가 모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동의 못한다. 이 영화의 문제는 메시지가 너무 명징하다는 것이다. 너무 명징해서 동화 같다는 것이지. 도끼질이 나오는 동화. 정작 영화가 모호해 보이는 것은, 플롯을 얼버무리는 결말 때문이지. 그러니까 설정과 스토리의 우화성과 뭔가 철학적인 듯 치장한 시각적 스타일 사이의 언밸런스함이 모호한 듯 보이게 만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관념적 진보의 똥폼"이라고 부른 거고. 그러니까 뭔가 있어 보이게끔 잔뜩 겉멋을 부린 뒤, 자본주의적 계급사회를 비판하는 척 하다가 기껏 파괴와 탈출로 "탈출"하는 무책임성. 그리하여, 영화 속의 길리엄처럼 체제의 희생양들을 배신하는. 이 영화 혹시 노동운동가 출신의 전직 청와대 비서관,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를 풍자한 작품인가? 그렇다면 걸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