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박스오피스 1위 하는 영화의 리뷰를 쓰지 않습니다. 그 영화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데 흥행을 하게 되면 그 '현상'에 대해서만 논합니다. 흥행 자체가 반문화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런 영화에 대한 정색한 분석글이나 리뷰를 안쓰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어차피 마케팅에 포획된 관객들은 리뷰를 거의 읽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대'가 사실은 광고에 반복 노출돼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대와 어긋난 리뷰를 어쩌다가 봤을 때,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면 당연히 조장된 기대를 주체적 기대로 정당화하는 심리적 기제를 발동시키죠. 평론이 관객들의 편리한, 가시적인 적이 됩니다.
둘째, 이런 상태에서 한정된 에너지를 좀더 좋은 영화를 한 명에게라도 더 소개하는 데 쓰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시대의 많은 좋은 영화들이 마케팅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알리고 싶어도 알릴 돈이 없으며, 그나마 공중파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도 마케팅의 융단폭격에 자유롭지 못하니, 어차피 흥행할 영화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합니다.
한때, 주류 영화에 대한 평론은 거의 하지 않고 비주류 영화에 대해서만 논하는 김영진 선배가 조금 비겁한 게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가 이해가 됩니다. 마케팅 공세에 비평이 끼어들 틈이 사실상 없습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그 영화에 대한 극찬을 했을 경우에만, 편리한 권위 기제로 '동원'될 뿐입니다.
얼마전에 <감시자들>에 대한 극찬을 했는데, 그 영화사가 제 동의도 구하지 않고 보도자료에 제 글을 인용했더군요. 그 영화의 배급사가 제가 그토록 혹평했던 <7번방의 선물>의 회사라는 걸 확인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네, 평론가는 그들에게 그저 쇼핑 호스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