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언덕받이에 작은 집과 큰 마당을 얻어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왔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전까지 민주노총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현장이란 게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시시때때로 건축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대학 때도 우리 집 앞에 있는 봉제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지요. 그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머리로만 세상을 재단하려 들지 않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 노동의 신성함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친구입니다.
얼마전에 뭘 하다가 왼쪽 손목의 연골을 다쳤는데, 수술을 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거부하고 압박 붕대를 두른 채 3개월 째 살고 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 200만 원이 넘는 수술을 받고 싶지 않다. 나는 내 몸과 싸우고 있다. 조금씩 움직여보고 통증이 덜한만큼만 일한다.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
아무튼 그는 그 다친 손목으로 뚝딱 뚝딱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을 위한 작은 수영장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앞마당에 더 큰 수영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미끄럼틀까지 설계해 놓았더군요. "애들이 TV와 컴퓨터 밖에 안하는 것 같아서 놀 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야 부모 마음대로 크는 게 아니겠지만, 그런 아빠와 같이 사는 그의 두 아들은,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답지 않게 매우 아이들답습니다. 말이 우습죠? 그러니까 천진난만하고 착합니다. 당연히 학원 따위는 다니지 않습니다.
바른 가치를 형성하는 것보다 바른 가치를 삶의 방식으로 구현하며 사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그 친구는 제게 스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