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사수 투쟁 때 영화인들이 모여 삭발도 하고 난리가 아니었죠. 여러 논리가 따라 붙었습니다. 그 중의 중요한 한 논리가 '문화적 종 다양성'이라는 걸, 나는 기억합니다.
그런데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통곡은 여기 저기서 들리는데, 그 어떤 조직적 움직임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문화적 종 다양성'을 해치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도 왜 영화인들은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혹시나 그 독과점 세력에 빌붙어 나만큼은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휩싸여 있는 건 아닌가요? 한국영화가 표면적으로 잘되고 있으니 관객들이 다양성을 외면해도 나 몰라라 할 수 있는건가요? 통곡 소리는 들려도 구호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몇 해 전 영화 기자를 지냈던 한 언론인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영화인들은 내가 만나본 그 어떤 출입처 사람들에 비해 가장 자본주의적이었다"고. 저는 영화인들이 개별 영화에 일희일비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나름 변호를 했지만,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건, 저도 느끼는 바이니까요. 그래도, 영화 생태계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정도로, 이 땅엔 각성한 영화인들이 적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땅의 영화인들이 한심하고 한심합니다. 정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