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노출 논란'에 대한 단상

별별 이야기 2013. 3. 11. 21:47 Posted by cinemAgora

오늘 하루 종일 트위터에선 "과다 노출"과 관련한 얘기들이 오갔다. 박근혜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이 통과된 것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이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원래 있었던 법이고, 오히려 처벌을 완화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요컨대, 오해에서 생겼다는 얘기다. 전적으로 사실 관계를 따지자면 오해가 맞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나고, 그것이 왜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하는지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다노출 단속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지만, 과다 노출 단속이라는 키워드가 박근혜 정부와 연관되자 이 두 요소가 어떤 종류의 연상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유신의 잔영을 소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 분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단속"이라는 기표가 사회적으로 그렇게 해석됐다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고도 씁쓸한 일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무의식 속에 유신이 안겼던 철권 독재의 공포가 남아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오해든 뭐든 사실 관계를 넘어 사람들은 "과다 노출"이라는 단어 자체를 접하며, 장발을 단속하고,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쟀던 그 옛날의 말도 안되던 시절의 기억을 즉각적으로 떠올린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 회귀에 대한 우려와, 그것을 넘은 조롱의 유희로 소비한 것이다. 

누군가는 언론의 정확하지 않은 팩트 전달이 이 논란을 빚은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누군가는 현 정부를 미워하는 이들의 선동에 사람들이 놀아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우스꽝스러운 현상만은, 지금의 사회와 시대 분위기를 읽는 지표임에는 틀림 없다. 불통과 공포, 그 계속되는, 혹은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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