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료란 이름의 불량 어음

음악 이야기 2007. 9. 26. 01:0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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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음반시장의 구세주?

 

얼마 전부터 음악계에는 서태지의 컴백에 대한 뉴스가 간간이 올라오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뚜렷한 근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문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 움직임(!)이 잡힌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해석이 뒤를 잇는다. 팬들은 물론이려니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음악관계자들까지도 그의 컴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유사 이래 최악이라는 음반 시장의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태지의 2004년 발표 앨범 [로보트]가 50만장에 가까운 판매를 기록하며 숨통을 틔워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김건모를 통해 100만장 음반 시대를 열었던 것이 불과 10여 년 전 일인데, 2007년 상반기 1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이 단 2장이라는 시장 조사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며 축소되어온 음반 시장이기에 이젠 익숙해 질만도 하지만, 그래도 회생의 불씨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 음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딜레마이다.


음반 산업, 아니 나아가서 음악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있다. 바로 불법 MP3 다운로드이다.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경제적 분배를 방해함으로 창작 의욕을 저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영국의 팝 아티스트 엘튼 존은 ‘5년 만 인터넷을 폐쇄하면 명곡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불법 MP3가 한국이나 영국이나 문제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곡을 만드는 작곡, 작사가들과 아티스트들 사이에선 또 다른 볼 멘 소리가 나온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정식 유통되고 있는 MP3의 실연료와 저작권료에 대한 부분이다. 1,000원 안팎으로 사용료를 지불하는 핸드폰 통화 대기음의 경우 곡을 만든 작곡, 작사가들은 9%, 그리고 연주와 노래를 한 아티스트들은 4~6%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일단은 유통 경로를 맡고 있는 대행업체들과 이동 통신 업체들의 몫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여러 번 거론된 것들이니 다시 이야기해봐야 입만 아픈 얘기이고, 나머지 가려진 부분은 그나마 작곡, 작사가와 아티스트들이 받아야 할 몫마저 제대로 지급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연자 협회와 저작권 협회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이다.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주제곡을 작사하고, <주몽>의 주제곡을 작곡한 후배는 내게 이런 투정을 한 적이 있다. “정산에만 1년이 넘게 걸리고, 그 정산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채 덜렁 얼마 정도의 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끝이에요. 웃기는 건,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해도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한심한 핑계만 대고 있다니까요!” 이런 불만은 내 주변의 작곡, 작사가와 가수들 거의 모두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돈은 걷히지만 그 돈이 실연자와 저작권자에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연한 비밀처럼 도는 이야기엔 이런 것도 있다. ‘매일 전화해서 항의를 하면 6개월, 대충 독촉을 하면 1년, 그리고 그냥 기다리면 언제 실연료와 저작권료를 받을지 모른다.’ 톱 아티스트의 경우 받아야 할 돈이 몇 억은 훌쩍 넘는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1년이 넘도록 지급이 미루어지고 있다면 그 이자 수익도 마땅히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곡을 만들고 연주, 노래하는 아티스트들은 언제 받을지 모르는, 더구나 덤핑 할인도 불가능한 어음을 받고 있는 셈이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이야기할 때 마다, 가장 큰 목소리로 음악 시장을 망치는 불법 운운하는 실연자 협회와 저작권 협회 사람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불법 다운로드의 문제 이전에 아티스트들의 창작 의욕을 가장 먼저 저해시키는 것은 실연료와 저작권료의 비정상적인 지급 형태라는 것을. 자신들의 직무 유기를 먼저 고치는 것이 음악 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첫 걸음이라는 것을 왜 그 분들만 모르는 걸까.  

* 8월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실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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