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가운데 하나겠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거나 과거 또는 미래로 가서 현재의 삶을 바꿔놓는다는 상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게 시간과 관련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최근 극장가에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 영화들이 끊임 없이 만들어진다는 건, 역시 과거를 고쳐서 현재를 바로 잡고 싶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 내가 좀 이랬으면 지금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 누구나 가지고 계시죠. 영화는 그런 보편적인 욕망과 회한을 상상력을 통해 대리 만족시켜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시간 이동과도 같은 설정들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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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비 효과-레버레이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지난 2009년에 제작된 영화인데 국내에선 조금 뒤늦게 선보이게 됐습니다. 바로 이번주 개봉했는데요.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애쉬튼 커처가 주연을 맡았던 <나비효과>의 3편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속편이라고 해서 이야기가 쭉 연결되는 시리즈는 아니고요, 주요 설정과 컨셉만 같고 등장 인물이나 스토리는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샘은 자신이 원하는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인데요. 미결 살인 사건 현장으로 시공간 이동을 해서 사건 현장의 범인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가 경찰에게 제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전 여자 친구인 레베카가 살해당했던 10년 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진범을 확인해 달라는 동생의 부탁을 받게 됩니다. 고민 끝에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오지만 오히려 의뢰자였던 그녀의 동생까지 살해당한 걸로 현재가 바뀌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하지만 그때마다 상황은 오히려 꼬이게 되고, 오히려 자신이 연쇄살인범으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영화는 이런 흥미로운 설정을 통해서 과거에 벌어졌던 일은 그냥 있었던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다, 하는 메시지를 얹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바꿀 수도 없겠지만, 또 바꾼다 한들 현재가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겠느냐, 뭐 이런 얘기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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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일본 영화입니다. 이번달 24일에 개봉하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작품인데요. 원래 이 작품은 호소다 마로루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지난 2007년 국내 개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판으로 리메이크가 됐습니다. 주인공 코노 마코토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나카 리이사가 실사판에서도 그대로 주연을 맡아 상큼하고도 발랄한 18세 여고생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초능력을 ‘타임 리프’라고 부르는데요. 애니메이션에선 원작의 여주인공이 주인공의 이모로 등장하고 마코토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바로 이 타임 리프의 초능력을 가진 것으로 설정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사판에서는 또 주인공이 원작 주인공의 딸로 바뀝니다. 아카리라는 이름의 소녀인데요.

애니메이션이 아주 먼 과거가 아닌 짧은 과거로 돌아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선보였다면 실사판에서는 36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모험극의 스케일을 더욱 키웠습니다. 주인공 아카리는 혼수 상태에 빠진 엄마를 대신해 1974년으로 타임 리프해서 엄마의 첫사랑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휘말리게 됩니다. 실사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과거 여행을 통해 첫 사랑의 설렘을 판타지 청춘 로맨스적인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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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는 영화를 소개해드렸는데 미래로 가는 영화는 없을까요? 미래로 간다기 보다 미래를 바꾸는 영화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그 운명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설정인데요. 지난 주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컨트롤러>라는 작품이 바로 그런 경우죠.

이 영화는 사람들의 미래를 설계해서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조정국'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조정국이 정해 놓은 운명에 거역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죠. 그래서 홍보되고 있는 것처럼 SF 액션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판타지 멜로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고, 사소해 보이는 수 많은 우연들이 바로 그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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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정해진 운명이라는 설정에서 조금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영화 한편 더 소개해드립니다. 이번주 개봉하는 미국 영화 <타이머>라는 작품인데요.

설정이 재밌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적 사랑, 그러니까 소울메이트를 언제 만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시계를 손목에 심어 놓고 산다는 게 이 영화의 설정입니다. 그런 시계를 차고 있으면 운명의 상대가 아닌 사람과 데이트하느라 시간 낭비를 안한다는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또 마음이 끌리는 상대가 나타났는데,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면 그것도 딜레마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영화는 그렇게, 현재의 사랑과 운명의 상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아무 흥미로운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심각한 건 아니고요, 가볍고 발랄하고 귀여운 호흡의 영화입니다.

오늘 영화 소개 말씀 드리면서 저는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현재를 즐겨라, 바꿀 수 없는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에 집착하기 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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