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자키] 첫 키스의 추억

영화 이야기 2011. 3. 4. 15:3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첫사랑에 대한 기억, 아직도 남아계십니까?

우리가 흔히 설레임과 감동, 그리고 손끝이 떨려오는 긴장감을 첫사랑의 느낌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온다는 이 첫사랑의 느낌보다도 오히려 더 우리를 긴장시키고 흥분 시키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첫키스의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첫키스의 추억은 어떻습니까? 여자친구의 집 앞 혹은 놀이터, 가로등에 돌을 던져서 일부러 깨버리고 불꺼진 가로등 밑에서 감행했던 그 달콤한 추억들.

첫키스를 이루기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그 장소를 찾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첫키스의 장소를 어디로 선택했는지 만나보시죠.



첫 번째 영화는 바로<열혈남아>입니다.

왕가위의 데뷔작으로 알려져 있고 원제로는 "몬콕하먼"이라고 불리는 영화죠.

이 영화 속에서 두명의 주인공 유덕화와 장만옥, 그들은 어색한 순간들을 경험하며 두 사람만의 숨겨진 사랑을 가꾸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참지 못한 유덕화에 의해 장만옥이 첫키스를 '당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유덕화가 첫키스의 장소로 택한 곳은 바로 공중전화 부스였습니다.

유덕화를 찾고 있는 장만옥을 뒤에서부터 나타나 손을 잡고 맹렬히 달려가 골인한 그 지점. 공중전화 부스였던거죠.

도대체 왜 첫키스의 장소로 그런 어설픈 곳을 선택했을까요?

남들에게 보이기 민망해서?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설마 사람들의 눈을 피하게 해주리라고 착각한것은 아니겠죠.

더군다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구도 백촉전구를 썼는지 환하게 조명까지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럴꺼면 차라리 길바닥에서 그냥 첫키스를 해도 됐을텐데...

영화적인 장치를 위해서 왕가위가 선택한 유덕화와 장만옥의 첫 번째 키스 장소.

이후 영화를 본 많은 청춘들이 어딘가에 전화 걸일도 없으면서 1인 입실이 기본인 공중전화 부스에 2명씩 들어갔다는 믿지 못할 얘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선택한 영화는 바로 <스파이더맨>입니다.

영화 사상 가장 로맨틱한 키스신으로 꼽히는 스파이더맨의 키스신은 도시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비오는 날 이루어집니다.

거미인간처럼 거꾸로 매달린 주인공 스파이더맨, 그리고 우리의 여주인공은 보기에도 민망한 69자세로 키스를 나누고 있는 것이죠.

비가 퍼붓는 도시의 뒷골목에서 가면을 딱 필요한 만큼만 내린 채 감행하는 첫키스의 순간은 사실 그 아크로바틱한 자세 때문에 많은 관객들에게 회자되는 키스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지만 현실속에서 어려운 스파이더맨과 여주인공의 키스신!


물론 한가지 장점은 있을겁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 여주인공 잉그리트 버그만이 내뱉었던 대사 “키스할 때 코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는 그 민망한 포즈를 간단히 피할 수 있는 최상의 키스신이 바로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맨과 여주인공의 키스신이었던 셈이니까요. 그런데 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합니까? 앞판이 뒷판이 되고, 뒷판이 앞판이 된 터에...

다음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엘리자베스 슈~

이름만 들어도 달콤한 여배우죠 엘리자세스 슈~가 주연을 맡았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은 알콜 중독자와 거리의 여자로 살아갑니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그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죠.

극한 상황에 놓여있는 두 명의 주인공, 급기야는 사랑을 느끼고 그들만의 키스신을 감행하게 되죠. 그리고 이들이 택한 장소는 황당하게도 물 속입니다.


자신들의 탁월한 폐활량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였을까요? 그 많은 장소를 놔두고 그들은 왜 물 속으로 뛰어 들어야만 했을까요?

이 영화를 본 몇몇 평론가들은 아마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술을 깨기 위한 임시방책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평지에서 해도 될 키스를 굳이 수중까지 끌고 들어간, 해서 나름대로 영상미를 구축했던 이 장면은 영화를 중간부터 보신 분들은 자칫 누군가가 물에 빠져있고 한사람이 그 사람을 인공호흡 하는듯한 본래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위험한 요소마저 가지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많은 연인들이 그 첫키스의 순간을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장소로 선택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수백 수 천명의 관중이 모여있는 바로 야구장 한복판을 첫키스의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역발상의 신선함을 보여줍니다.

영화속 야구 심판으로 나오는 임창정씨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고소영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결말부분에서 야구경기를 보기위해 모여있는 관중들 앞에서, 그것도 그라운드 위에서 키스를 감행하는 명장면을 펼쳐보입니다.

하지만 노총각, 노처녀, 애인 한명 없이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싱글족들에게는 자신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야구경기 한번 보러왔다가 볼 것 못볼 것 다 보고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그들의 맘이 어떻튼 간에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보여진 야구장 키스신은 키스 장소의 선택에 있어 수많은 영화들보다 단연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라는 것이 시네마자키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자, 첫키스의 설레임 그리고 긴장, 그 황홀함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울러 그분들이 첫키스를 나눴던 장소까지도 틀림없이 외워두는 센스를 발휘해 주시는게 중요할것 같습니다.

먼 훗날 자신의 아내가 “우리 첫키스 너무 황홀하지 않았어” 라고 물었을 때, 느닷없이 뒷동산에서 나눈 첫키스를 37번 버스 종점에서 나눴다고 잘못 이야기 함으로써, 20여 년의 결혼생활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 오늘의 시네마자키가 경고하는 바입니다.


- 시네마자키 방송원고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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