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흥행작 가운데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모두 석자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아저씨>와 <방자전>, <의형제> 등 대박 흥행을 터뜨린 영화는 모두 석자 제목이다. 지난해 여름 천만 돌파한 <해운대>와 <쌍화점>이 석 자 제목의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아바타>와 <인셉션> 모두 석자다.
한국영화 최대의 흥행 호기로 여겨지는 추석 시즌에 석자 제목의 영화가 많은 것도, 어쩌면 이런 사정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결사><무적자><퀴즈왕> 등 모두 석자다. 만약 세 편의 영화 가운데 흥행작이 나올 경우, 내년에는 거의 태반의 영화가 석자로 제목을 짓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뭐, 아무튼 웃자고 하는 얘기다. 올 추석 기대작 가운데 가장 먼저 뚜껑을 열어 보인 <해결사>의 프리뷰를 쓴다는 게 그리 됐다. "그래서 이 영화가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하려고?" 라고 반문한다면, 비단 석자 제목을 근거로 하지 않고서라도 "그렇다"고 답할만하다. 액션 장르를 표방한 영화 답게, 비교적 호쾌한 액션 신에 속도감 있는 호흡, 배우들의 호연, 잘 짜여진 이야기 구도 등, 흥행 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해결사>는 프리뷰를 쓰기가 여간 골치 아픈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내용을 넌지시 말할라치면 이게 금세 스포일러가 돼 버릴 공산이 크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한꺼풀 한꺼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의 쾌감이 아주 중요한 영화다. 각본을 쓴 류승완이 관객이 영문도 모른채 함정에 빠진 주인공의 처지에 이입돼 그 사건의 거대한 베일을 벗겨내는 과정에 동참하도록 이야기를 설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용에 대한 정보를 아껴두고 보는 게 더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그런 영화다.
그렇다고 굉장히 잘 만든 영화라고 보진 않는다. 분명히 웰메이드하지만 신예 권혁재의 연출에서 매끄럽지 못한 구석도 발견된다. 비교적 잘 짜여진 류승완의 각본에서도 그 '태도'에 대해 할 말이 있지만, 아껴두겠다. 어쨌든 제법 매운 풍자를 녹여낸 즐길만한 오락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석자 제목의 행운의 징크스에서 예외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강철중을 연상시키는 설경구는 전형적인 '타입 캐스팅'이지만 형사 역에 오달수와 송새벽을 배치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일부러 웃기려고 크게 오버하지 않는 그들의 연기는 오히려 감칠맛을 낸다. 특히 "도시가슨데요, 껐어요"라는 송새벽의 대사는 인구에 회자될 것 같다. 9월 9일 개봉. 액션 스릴러 가운데 모처럼 나온 15세 이상 관람가다. 트위터: @cinemagora
